어떤 손님이 강호에 나간다고 했다가 곧바로 무림에 들어간다고 고쳐 말하더라고. 그러고는 자기가 멈칫했어.
둘이 같은 말이냐고 나한테 묻더라. 나도 처음엔 같은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야. 가리키는 게 달라.
제일 간단하게 갈라보자.
무림은 무공 하는 사람들의 집단이야. 문파가 있고 세가가 있고 그 안에 사람이 있지. 숲 림 자를 쓰는 게 그래서야. 나무가 모여 숲이 되듯이 무공 하는 놈들이 모인 덩어리를 부르는 말이거든.
강호는 그놈들이 돌아다니는 판이야. 강이랑 호수라는 뜻이잖아. 관이 안 닿는 물길, 떠도는 자리를 말해. 사람이 아니라 공간이고 상태야.
그래서 무림에 든다는 건 그 바닥 사람이 된다는 뜻이고, 강호에 나간다는 건 문을 나서서 떠돈다는 뜻이지.
이걸 알고 보면 문장에 뭐가 붙는지가 눈에 들어와.
강호맹이라는 말은 안 쓰잖아. 무림을 떠돈다는 말도 좀 어색하고. 이게 우연이 아니라 저 차이 때문이야.
무협에서 은퇴할 때 뭐라고 하냐면 강호에서 발을 씻는다고 해. 무림에서 발을 씻는다고는 안 해.
왜냐면 무공을 잃는 게 아니거든. 실력은 그대로 있어. 다만 그 판에서 안 논다는 거지. 그러니까 몸에서 물을 씻어내는 그림이 맞는 거야. 강이랑 호수니까.
이 말 하나만 봐도 강호가 사람이 아니라 자리라는 게 드러나. 잘 만든 관용구지.
그런데 왜 다들 헷갈리냐면, 실제 작품에서 거의 붙어 다니거든.
무림에 속한 놈이 강호를 돌아다니니까 한 문장에 둘이 같이 나와. 그러다 보면 그냥 같은 동네 말로 읽혀. 나도 한참 그랬어.
게다가 요새 나오는 것들은 이걸 대충 섞어 써. 틀렸다고 하기도 애매해. 다들 알아들으니까. 근데 알고 섞는 거랑 몰라서 섞는 거는 다르잖아.
여기까지 왔으면 한 겹 더 가도 돼. 같은 결로 갈리는 말이 몇 개 더 있어.
녹림은 산에 있는 놈들이야. 이것도 사람 쪽이지. 흑도는 어두운 쪽 판을 말하고. 정파 사파가 사람을 가르는 말이면, 백도 흑도는 판을 가르는 말에 가까워.
이렇게 보면 무협 용어가 대개 사람을 부르는 말과 자리를 부르는 말로 두 줄이야. 새 단어가 나오면 어느 줄인지부터 보면 대충 뜻이 잡혀.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처음엔 단어를 통째로 외웠거든. 그러니까 안 외워지지.
두 줄로 갈라놓고 나서는 새로 나오는 말도 대충 자리가 잡히더라고. 사람이냐 자리냐만 물어보면 되니까.
헷갈리는 말 있으면 말해봐. 하나씩 갈라줄게. 그거 얘기하다 보면 밤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