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이런 장면이 있어. 낯선 무인이 어느 무관 앞에 서. 그리고 크게 외쳐. "이 집 현판을 떼러 왔다!"
문 위에 걸린 현판, 그러니까 문파나 무관 이름이 새겨진 간판을 떼어 가겠다는 거야. 제자들이 몰려나오고, 겨루기가 시작돼.
현판은 그 문파의 얼굴이야. 이름이 새겨져 있으니까.
무관 문파 차이 얘기를 전에 적었어. 무관은 돈 받고 가르치는 데라고. 무관한테 현판이 떨어진다는 건 장사가 끝난다는 뜻이야. 그 무관이 졌다는 소문이 퍼지면 제자가 안 와.
그러니까 현판을 걸고 겨루는 건 간판 하나에 문파 전체를 거는 일이야.
도전자 입장에선 왜 그렇게까지 할까. 이름을 올리려고야.
이름난 문파 현판을 떼어 가면 그날부터 강호에 이름이 퍼져. 별호는 누가 붙여주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남이 붙여줘야 먹힌다고. 현판을 떼는 건 남이 이름을 붙여주게 만드는 제일 빠른 방법이야.
물론 지면 망신이지. 그래서 현판 도전은 배짱 싸움이기도 해.
나는 현판을 지키는 쪽 이야기가 더 좋아.
다들 졌는데 막내 제자 하나가 끝까지 버텨서 현판을 지켜내는 장면. 막내 제자 얘기할 때 맨 아래서 올라오는 주인공 얘기를 했잖아. 현판 지키기는 그 막내가 처음으로 이름을 남기는 자리가 돼.
어느 날 바람이 세게 불어서 객잔 간판이 비뚤어졌어.
단골 하나가 그걸 보더니 웃으면서 그러더라. 누가 도전하러 왔냐고. 그러고는 사다리를 가져와서 직접 바로잡아줬어. 나는 그 손님한테 국을 공짜로 줬지. 현판을 지켜준 값이라고.
현판을 지켜낸 장면이나 빼앗긴 장면 기억나면 들려줘. 객잔 간판은 내가 잘 지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