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첫 장면에 이런 게 자주 나와. 깊은 산골 마을, 활을 메고 산을 뛰어다니는 아이. 사냥꾼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글은 몰라도 산은 다 알아.
그 아이가 어느 날 산속에서 쓰러진 고수를 주워. 그때부터 이야기가 시작돼.
사냥꾼 출신 주인공은 무공을 배우기 전에 이미 많은 걸 알아.
발소리를 죽이는 법, 바람 방향 읽는 법, 짐승 흔적 따라가는 법. 은신술 기척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기척 지우는 걸 사냥꾼은 어릴 때부터 한 거야. 추격 얘기도 했었지. 쫓는 쪽은 흔적을 보고 따라간다고. 사냥꾼은 그 흔적 읽기의 고수야.
그러니까 무공을 배우면 빨리 늘어. 몸이 이미 준비돼 있으니까.
사냥꾼 출신 주인공은 대개 순박해. 강호의 계산을 몰라. 거짓말도 못 하고, 남을 잘 믿어.
그래서 처음엔 많이 속아. 근데 그 순박함이 결국 사람을 모아. 계산 없이 도와주니까 사람들이 따라와. 막내 제자 얘기할 때 맨 아래서 올라오는 얘기를 했는데, 사냥꾼 아이는 강호 밖에서 올라오는 주인공이야.
무협이 사냥꾼 아이를 쓰는 데엔 이유가 하나 더 있어. 살생을 안다는 거야.
짐승을 잡아본 아이는 목숨이 어떤 건지 알아. 필요 이상 잡지 않고, 잡은 짐승한테 예를 갖추고. 그래서 그 아이가 칼을 들면 함부로 휘두르지 않아. 무협이 말하는 협이랑 닮아 있지.
시골 출신 단골이 짐승 발자국 보는 법을 설명해준 적 있어. 그러다 갑자기 객잔 마당 진흙을 보더니 그러더라. 아까 큰 신발 신은 사람이 왔다 갔고, 아이 하나가 뛰어다녔대.
맞았어. 아까 짐 진 손님이랑 아이 손님이 왔었거든. 다들 놀랐지. 그 손님은 웃으면서 산에선 이게 밥줄이었대.
산에서 자란 주인공이 처음 큰 세상에 나오는 장면 기억나면 들려줘. 그 어리둥절함이 나는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