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인물 소개에 이런 문장이 자주 나와. "왼쪽 눈썹에서 턱까지 긴 칼자국이 나 있었다."
그 문장 하나로 그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감이 와. 많이 싸웠고, 한 번은 크게 졌고, 그걸 숨기지 않는 사람.
흉터는 무협에서 말없이 하는 자기소개야.
흉터의 핵심은 과거가 보인다는 거야.
무협 인물은 대개 자기 얘기를 잘 안 해. 근데 흉터는 숨길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흉터가 있으면 독자는 저 상처는 언제 생겼을까 궁금해져. 작가는 그 궁금증을 쥐고 나중에 사연을 풀어.
무협 복선 얘기를 전에 적었어. 뒤에서 보면 앞에 다 있어야 한다고. 흉터는 몸에 새겨진 복선이야.
무협에서 흉터는 대개 누가 냈는지가 이야기야.
원수가 낸 흉터면 복수의 증표고, 사부가 낸 흉터면 가르침의 흔적이고, 소중한 사람을 지키다 생긴 흉터면 자랑이야. 같은 칼자국인데 누가 냈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돼.
그래서 무협 인물이 자기 흉터를 만지는 장면은 늘 무거워. 그 손끝에 과거가 다 있거든.
반대로 흉터를 숨기는 인물도 있어. 죽립을 깊게 눌러쓰거나, 소매를 늘 내리고 다니거나.
그 인물은 대개 흉터를 부끄러워하거나 아파해. 진 기억, 잃은 기억. 그걸 남이 보는 게 싫은 거지. 그런 인물이 어느 순간 흉터를 드러내는 장면은 마음을 여는 장면이야.
객잔에 손등에 흉터 있는 단골이 있어. 처음에 그거 어쩌다 생겼냐고 물었더니 어릴 때 나무에서 떨어졌대.
근데 다음에 물으니까 개한테 물렸대. 그다음엔 부엌칼에 베였대. 매번 다른 이야기를 해. 다들 웃어. 진짜 사연은 아무도 몰라.
나는 그게 그 손님의 방식 같아. 흉터 얘기를 농담으로 돌리는 거. 그래서 더는 안 물어.
흉터에 얽힌 사연이 좋았던 인물 있으면 들려줘. 상처 얘기는 조심스럽게 들어야 하는 거라 천천히 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