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이런 장면이 있어. 주인공이 쫓기다 강가에 닿아. 거기 낚싯대를 드리운 노인 하나가 앉아 있어. 삿갓을 쓰고, 꼼짝도 안 하고.
주인공이 도와달라고 해도 노인은 대꾸도 안 해. 근데 추격자들이 오니까 노인이 낚싯대를 한 번 휘둘러. 추격자들이 다 강물에 빠져.
무협에서 강가 어부는 대개 숨은 고수야.
낚시는 기다리는 일이야. 물고기가 물 때까지 몇 시간이고 앉아 있어야 해.
무협에서 그건 경지의 표시야. 조급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매복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다들 기다리는 걸 못 견딘다는데 무림에선 그게 기술이었다고. 어부 노인은 그 기다림을 평생 한 사람이야.
그리고 낚싯대는 병기가 되기도 해. 길고, 휘고, 줄이 달려 있어. 유성추 얘기했을 때 줄 달린 병기는 다루기 어렵다고 했잖아. 어부 고수는 그걸 낚싯대로 해.
강가에서 낚시하던 노인이 큰 인물이었다는 이야기는 옛날부터 있었대. 손님 하나가 강태공 얘기를 해줬어. 곧은 바늘로 낚시를 하면서 때를 기다렸다는 사람.
그러니까 무협 어부 고수는 그 옛 이야기를 강호로 옮긴 거야. 세상을 피해 있지만 사실은 다 보고 있는 사람.
은거고수는 왜 다 산에 사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산은 위로 숨는 데야. 강가는 옆으로 숨는 데고.
산 은거고수는 찾아가야 만나. 강가 어부는 길 가다 만나.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데 앉아 있는데 아무도 못 알아봐. 그게 더 무섭지.
객잔 근처 개울에서 가끔 낚시하는 단골이 있어. 객잔에 들르면서 물어봤어. 많이 잡았냐고.
한 마리도 못 잡았대. 근데 표정이 제일 편해 보였어. 잡는 게 목적이 아니래. 그냥 앉아 있는 게 좋대. 나는 그 손님이 무협 어부 같았어. 고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별일 없어 보이는 노인이 고수였던 장면 기억나면 들려줘. 그런 반전은 몇 번 봐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