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을 정리하다 보면 제목만으로는 무슨 분야인지 알기 어려운 책이 늘었습니다. 열어보면 대개 에세이 쪽이죠.
한 해 사이에 눈에 띄게 늘었더군요. 손님들도 그런 책을 자주 빌려 가십니다.
들리는 얘기와 여기서 보이는 것을 합치면 이렇습니다.
읽기 부담이 가장 적습니다. 앞에서부터 안 읽어도 되고, 한 꼭지가 몇 쪽이면 끝나죠. 시간이 조각나 있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쓰는 문턱도 낮아졌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늘었고, 작은 출판사가 늘면서 그 원고가 책이 되는 길도 늘었습니다.
팔립니다. 이게 큽니다. 남의 하루가 담긴 책이 꾸준히 나갑니다.
이 대목이 제가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손님들 말씀을 들어보면 몇 가지가 겹칩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확인. 비슷한 상태에 있는 사람의 글을 읽으면 덜 외롭다고 하시죠.
설명 없이 알아듣는 자리. 주변에 말하기 어려운 얘기를 책에서 만나는 겁니다.
결론을 안 요구해서. 정보를 주는 책은 뭔가를 하라고 하는데, 에세이는 그냥 있다 가면 됩니다.
저는 이 셋 다 정당한 이유라고 보죠. 도피라고 부를 일이 아니죠.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늘어난 만큼 편차도 커졌죠.
오래 남는 에세이는 구체적입니다. 그 사람만 겪은 자리가 정확하게 적혀 있죠. 반대로 금방 잊히는 쪽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위로의 말로 채워져 있습니다.
읽고 나서 남는 게 없다면 대개 뒤쪽입니다. 문장은 다 좋았는데 무슨 얘기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경우요.
저는 에세이를 고를 때 아무 데나 펴서 한 꼭지를 보죠.
거기에 구체적인 것이 있는지를 봅니다. 사람 이름, 장소, 날짜, 실제로 있었던 일이요. 그게 없고 마음 얘기만 있으면 다른 책도 비슷할 확률이 높더군요.
위로는 일반적인 말에서 오지 않는다. 나와 상관없는 남의 구체적인 하루에서 온다.
한 가지는 덧붙이고 싶군요.
에세이만 이어서 읽으면 몇 달 뒤에 남는 게 별로 없다는 말씀을 여러 분께 들었습니다. 그럴 때 저는 다른 결의 책을 하나 끼워 넣으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설명하는 책이든 소설이든요.
에세이는 옆에 앉아주는 책입니다. 옆에 앉아주는 게 필요할 때가 분명히 있고, 그때는 그게 최선이죠. 다만 계속 앉아만 있으면 어디로 안 가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