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한 분이 손바닥만 한 책을 두 손으로 내미셨습니다. 도서관 자서전 쓰기 강좌를 마치며 엮은 책이라고요. 표지에 어르신 이름이 박혀 있었죠. 제 이름이 박힌 책이 도서관에 꽂히는 게 소원이었어요, 하셨습니다.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어르신들이 자기 삶을 글로 써서 작은 책으로 엮는 강좌를 여는 도서관이 많다고 합니다. 몇 주 동안 모여 어린 시절, 일하던 시절, 가족 이야기를 한 장씩 쓰고, 마지막에 책으로 묶는 방식이라더군요.
사진을 함께 넣거나,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방식과 기간은 곳마다 다르겠죠.
책을 내민 어르신. 처음엔 쓸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니 할 이야기가 끝이 없더라고요. 평생 처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끝까지 해 본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어머니를 모시고 다녔던 딸. 어머니 글을 읽으며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많았다고요. 그 책이 가족에게 가장 귀한 물건이 됐다고 하시더군요. 글이 서툴다던 어르신. 맞춤법이 자꾸 틀려서 부끄러웠는데, 강사가 틀린 글자보다 그 이야기가 귀하다고 해 줘서 끝까지 썼다고 하셨죠.
앞서 도서관에서 어른이 글을 배우는 자리와 도서관 상주 작가를 적었는데, 자서전 강좌는 읽던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앞서 도서관 지역 작가 코너를 적었는데, 그 어르신의 책도 그 코너 한쪽에 꽂힐 만한 책이더군요.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라는 자서전을 남겼습니다. 앞서 그 제목 이야기를 적었죠. 니체만큼 당당하진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자기를 세워 보일 한 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이 강좌가 보여 주는 것 같았습니다.
평범한 삶이란 없다. 아직 쓰이지 않은 삶이 있을 뿐이다. 쓰는 순간 그것은 한 권의 책이 된다.
그 책은 기증 절차를 거쳐 지역 자료 서가에 꽂혔습니다. 어르신이 그 자리를 몇 번이나 확인하러 오셨죠. 손주가 그 책을 빌려 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무척 기뻐하셨죠.
삶은 저마다 한 권의 책을 품고 있습니다. 저는 그 책들이 쓰이고 엮여 이 서가에 놓일 수 있도록, 쓰려는 분들의 첫 문장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