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함께 오시는 노부부가 계십니다. 결혼한 지 사십 년이 됐다고 하시더군요. 열람석에 나란히 앉아 각자 다른 책을 읽으시는데, 가끔 한 문장씩 서로에게 읽어 주십니다. 그러고는 작게 웃으시죠.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니체의 한 문장이 떠오릅니다.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결혼을 긴 대화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렇게 묻죠.
결혼을 앞두고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사람과 늙을 때까지 대화를 잘 나눌 수 있을까? 결혼에서 다른 모든 것은 지나가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의 대부분은 대화에 속한다.
설렘도, 외모도, 조건도 시간이 지나면 변합니다. 그런데 매일 남는 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누는 말이죠. 아침 식탁에서, 저녁 산책길에서, 잠들기 전에요.
니체는 그 평범한 대화가 관계의 대부분을 이룬다고 봤습니다. 그러니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인가가 가장 중요한 물음이 된다는 거죠.
이 문장은 결혼을 이야기하지만, 오래가는 모든 관계에도 닿습니다. 오랜 친구, 가족, 함께 일하는 사람까지요. 앞서 어른이 되어 친구 사귀기와 니체 우정론을 적었는데, 오래가는 사이는 결국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 사이더군요.
그리고 앞서 부모님과 대화가 어려운 마음과 곁에 있는 사람을 당연하게 여기는 마음을 다룬 글이 있는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대화가 줄어들기 쉽다는 것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오래 함께할 사람을 묻거든 오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물어라. 나머지는 계절처럼 지나가도, 말은 매일 남는다.
오늘 있었던 일 하나를 나누십시오. 큰 이야기가 아니어도 됩니다. 앞서 니체 정오 뜻을 적으며 작은 것이 가장 좋은 행복을 이룬다고 했죠. 질문을 하나 건네십시오. "오늘은 어땠어?" 대화는 질문 하나로 열립니다. 함께 읽어 보십시오. 그 노부부처럼 한 문장씩 나누는 것도 좋은 대화입니다. 침묵도 대화로 두십시오. 오래된 사이일수록 말 없는 시간도 편한 법이니까요.
하루는 그 할아버지께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십 년 동안 할 얘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고요. 할머니가 옆에서 웃으시며, 그건 당신이 같은 얘기를 또 해서라고 하시더군요.
오래가는 관계는 큰 약속보다 작은 대화로 이어질 겁니다. 저는 곁의 사람과 오늘 한마디를 더 나누며, 늙어서도 이어질 긴 대화를 제 손으로 쌓아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