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이름만 적힌 봉지 셋과 마르칼라가 적힌 봉지를 나란히 놓고 한참 골랐어요.
앞서 온두라스 편에서 지대가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섞여 있다고 말씀드렸죠.
마르칼라는 그중 높은 쪽이에요. 서쪽 산악 지대에 있고, 커피를 오래 길러온 곳이에요. 그래서 이 나라에서 제일 먼저 이름이 알려진 지역이 됐어요.
이 지역은 이름을 지키는 제도를 두고 있어요.
정해진 구역 안에서 정해진 조건으로 기른 것만 마르칼라라고 부를 수 있어요. 앞서 안티과 얘기할 때 말씀드린 것과 비슷한 방식이에요.
커피에서 이렇게까지 관리하는 지역은 많지 않아요. 그만큼 지킬 게 있다는 뜻이고요.
이게 이 원두의 장점이에요.
지역 표기가 붙어도 값이 크게 안 올라요. 온두라스라는 이름 자체에 이름값이 덜 붙어 있어서요. 같은 결의 과테말라 안티과보다 싸요.
저는 그래서 손님께 값을 낮추면서 품질을 지키고 싶을 때 이쪽을 봐요.
콜롬비아 얘기할 때랑 같은 구조예요.
여러 지역 물량을 모은 거라 결이 평평해져요. 안정적인 대신 개성이 줄어요. 나쁜 게 아니라 쓰임이 다른 거고요.
지역 이름이 적혀 있으면 한 곳에서 나온 거예요. 그만큼 또렷해요.
이름값이 덜 붙은 나라일수록 지역 한 줄이 값을 하더라고요. 값 차이는 작고 맛 차이는 커요.
중간 정도로 볶은 걸 블랙으로 드셔보세요.
진하게 볶으면 이 지역의 산미와 향이 사라져서 나라 이름만 적힌 것과 구별이 안 돼요. 그러면 굳이 이걸 고를 이유가 없죠.
같은 값이면 지역 이름이 적힌 쪽을 고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