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 가신 책을 두 주 뒤에 그대로 반납하시면서 바빴다고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였죠.
거짓말은 아닙니다. 다만 다음번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시간을 내는 방식이 안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먼저 말씀드리는 게 낫겠죠. 비는 시간에 읽겠다고 하면 대개 못 읽습니다.
시간이 비면 우리는 쉽니다. 그게 정상이고요. 읽기는 힘이 조금은 드는 일이라, 남는 시간이 아니라 정해둔 시간에만 들어갑니다.
그러니 시간을 늘리려 하지 마시고 자리를 정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자리는 시각이 아니라 다른 행동에 붙이는 것을 말합니다.
이미 매일 하는 일 뒤에 붙이면 기억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몇 시에 읽겠다고 정하면 잊고, 무엇 다음에 읽겠다고 정하면 안 잊더군요.
여기서 다들 크게 잡으셨다가 무너지십니다. 하루 오십 쪽 같은 목표요.
저는 열 쪽이나 십 분을 권합니다. 작아서 매일 되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열 쪽이 목표면 어떤 날은 삼십 쪽을 읽습니다. 시작이 부담이 아니면 더 가게 되거든요.
반대로 오십 쪽이 목표면 오늘 못 할 것 같은 날에는 아예 안 폅니다.
아주 단순한데 크게 작동합니다.
가방에 한 권, 머리맡에 한 권. 찾으러 가야 하면 안 읽습니다. 앞서 여러 권 같이 읽는 얘기와도 이어지는데, 자리마다 다른 책을 두시면 그 자리에서 바로 펴집니다.
전자책이 편한 게 이 대목입니다. 폰에 있으니 늘 손에 있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없던 시간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무언가와 바꾸는 겁니다.
대개는 화면 보는 시간과 바꾸게 되죠. 그걸 인정하고 정하시는 게 낫습니다. 자기 전 삼십 분을 그쪽에서 이쪽으로 옮기겠다고 정하면 실제로 됩니다. 저절로 되기를 기다리면 안 되고요.
시간이 없다는 말은 대개 순서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저는 그분께 열 쪽만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자기 전에요.
다음 책은 다 읽고 오셨습니다. 두 주 동안 매일 열 쪽씩 읽으신 거죠. 그전과 달라진 건 시간이 아니라 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