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원두 셋을 섞었는데 셋 다 사라지고 아무 맛도 안 났어요. 제 첫 시도였어요.
이게 제일 먼저 배운 거예요.
개성이 센 원두끼리 섞으면 서로 부딪쳐요. 각자 다른 방향을 가리키니까 가운데에서 상쇄돼요. 그래서 밋밋해지죠.
블렌드는 좋은 걸 모으는 게 아니라 역할을 나누는 일이에요.
가게에서 배합을 짤 때 저는 이렇게 나눠요.
셋 다 넣을 필요는 없어요. 바탕과 결, 둘만으로도 충분히 잡혀요.
같은 원두인데 비율만 바꿔도 완전히 달라져요.
바탕을 많이 넣으면 무난해지고, 결을 많이 넣으면 개성이 세져요. 저는 대개 바탕 예닐곱에 결 서넛 정도로 시작해요. 그러고 나서 조금씩 옮겨요.
한 번에 하나만 바꾸세요. 두 개를 동시에 바꾸면 뭐가 효과였는지 몰라요.
이걸 안 정하고 만들면 매번 어긋나요.
블랙으로 드실 배합과 우유에 넣을 배합은 달라야 해요. 우유용은 산미를 줄이고 무게를 늘려야 안 묻히거든요. 블랙용은 반대고요.
저희 가게도 배합이 두 가지예요. 하나는 드립용, 하나는 라떼용이에요.
블렌드는 맛을 더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자리를 채우는 일이더라고요.
원두가 두 종류 있으시면 오늘 해보실 수 있어요.
각각 따로 한 잔씩 내려서 드셔보시고, 어느 쪽이 뭐가 부족한지 보세요. 그다음에 반반으로 섞어서 한 잔 더 내려보시면 돼요. 그게 시작이에요.
볶은 정도가 너무 다른 원두끼리는 피하세요. 갈리는 굵기가 달라져서 한쪽만 과하게 뽑혀요.
집에서 섞어보실 거면 둘부터 해보세요. 셋은 그다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