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하러 오신 손님이 책 사이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 보여 주셨습니다. 주말 책 축제에서 작은 출판사 대표에게 직접 책을 샀는데, 사인 대신 손글씨 메모를 써 주더라고요. "천천히 읽어 주세요"라고 적혀 있었죠.
요즘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가을이 책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니까요.
뉴스를 보면 가을마다 동네 책방과 작은 출판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책 축제 소식이 이어집니다. 도서관 앞마당이나 공원, 광장에 부스를 펼치고, 작가와의 만남이나 낭독회를 곁들이는 곳이 많다더군요.
지역마다 이름도 규모도 다릅니다. 손님들도 저마다 다녀온 곳 이야기를 하셨죠.
메모를 받은 손님. 처음 들어 본 출판사였는데, 대표가 책 만든 이야기를 한참 해 줘서 안 살 수가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아이와 함께 간 이웃. 그림책 작가가 직접 읽어 주는 시간이 있었다고요. 아이가 그 뒤로 그 작가 책만 찾는다고 하시더군요. 동네 책방 단골 손님. 평소 다니던 책방 사장님을 축제에서 만나니 반가웠다고요. 가게에서 볼 때와 얼굴이 달라 보였답니다.
공통점이 있더군요. 다들 책을 만든 사람의 얼굴을 봤다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셨습니다.
도서관은 책을 모아 두는 곳이지만, 책을 만든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운 곳이기도 합니다. 서가엔 표지만 있죠. 축제는 그 표지 뒤의 사람들을 데려옵니다.
앞서 작은 출판사가 늘어난 이유와 동네 책방이 다시 느는 이유를 적었는데, 그분들이 손님을 직접 만나는 자리가 바로 이런 축제더군요. 축제가 끝난 다음 주엔 거기서 알게 된 책을 희망도서로 신청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책은 서가에 꽂힐 때가 아니라 누군가의 손에서 손으로 건너갈 때 숨을 쉰다.
그 손님은 메모를 다시 책 사이에 끼우셨습니다. 이건 반납하면 안 되겠다며 웃으셨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아니라 축제에서 산 책을 같이 들고 오셨던 겁니다.
책 한 권 뒤에는 만든 사람의 시간이 있습니다. 저는 그 시간이 읽는 사람에게 닿을 수 있도록, 이 서가를 축제 마당처럼 열린 자리로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