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책방 주인이 도서관 이름이 찍힌 봉투를 들고 반납하러 오신 아침이 있었습니다.
손님이 그 책방에서 빌려 간 책을 대신 가져오신 겁니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걸 아직 모르시는 분이 많더군요. 그래서 적어둡니다.
이름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지역서점 바로대출이라고 부르는 곳이 많죠.
순서는 이렇습니다.
하나.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합니다. 도서관에 없는 책이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둘. 도서관이 그 책을 동네 서점에서 삽니다. 셋. 신청하신 분이 그 서점에 가서 받아 갑니다. 넷. 다 읽으신 뒤에 서점이나 도서관에 반납하시면, 그 책은 도서관 장서로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새 책을 서점에서 먼저 읽으시고, 그다음에 서가에 꽂히는 겁니다.
이 제도가 특이한 건 손해 보는 쪽이 잘 안 보인다는 점이죠.
특히 마지막이 저희에겐 큽니다. 저희가 고른 책보다 실제로 읽을 사람이 고른 책이 대출이 잘 되거든요.
기대하고 가셨다가 안 되는 경우도 있죠. 미리 적어둡니다.
한 사람이 한 번에 신청할 수 있는 권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대개 한두 권입니다. 참여하는 서점이 정해져 있습니다. 아무 서점이나 되는 게 아니라 지자체와 협약한 곳입니다. 안 되는 분야가 있습니다. 참고서, 잡지, 지나치게 비싼 책은 대개 빠집니다. 예산이 떨어지면 그해는 끝납니다. 연초에 신청이 몰리는 이유가 그겁니다.
동네 서점이 닫았다는 말을 여기서 몇 해째 들었습니다. 손님들이 먼저 꺼내시는 얘기였죠.
그 말을 들으면서도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도서관은 책을 싸게 사야 하는 곳이라 큰 데서 사죠. 그런데 그 방식이 동네 서점을 빠르게 지웠죠.
이 제도는 그 순서를 바꾼 거죠. 어차피 살 책이라면 동네에서 사자는 것이고요. 값은 조금 더 들지만 그 값이 동네에 남습니다.
무엇을 사느냐만큼 어디서 사느냐가 그 동네의 모양을 정한다.
집 근처 서점이 참여하는지는 지자체나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안내데스크에 물으셔도 되죠.
봉투를 들고 오셨던 그 책방은 지금도 그 일을 하고 계십니다. 그 자리가 남아 있는 데는 이 제도 몫이 조금은 있겠죠.
걸어서 갈 수 있는 데서 빌리시면 됩니다. 책은 저희가 채워 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