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자리에서 사촌이 "나 독립한 지 3년 됐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학 앞 원룸에 산 지 3년째라고요.
그런데 월세와 생활비는 매달 부모님 계좌에서 들어온다고 하더랍니다. 집은 떠났지만 살림은 아직 부모님과 이어져 있는 거죠. 그 3년은 독립이라기보다 자취에 가깝습니다.
자취와 독립은 둘 다 부모님 집을 나와 따로 사는 일입니다.
방을 구하고, 밥을 해 먹고, 빨래를 혼자 합니다. 사는 모습이 같으니 섞어 부르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자취는 혼자 살며 직접 끼니를 해결하는 생활 방식이고, 독립은 생활과 경제를 스스로 책임지며 따로 서는 것입니다.
자취는 사는 모양에 붙은 이름입니다.
집을 떠나 혼자 살고, 밥을 스스로 지어 먹습니다. 학교나 일 때문에 잠깐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죠. 그 비용을 누가 대는지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생활비를 보내줘도 자취는 자취입니다.
독립은 책임에 붙은 이름입니다.
월세를 내가 내고, 생활비를 내가 벌고, 큰일이 생겨도 내가 정합니다. 같은 원룸에 살아도 비용을 스스로 감당하기 시작하면 독립이 되죠. 그래서 독립은 이사한 날이 아니라 스스로 감당하기 시작한 날부터 셉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자취가 부족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사촌이 말한 3년 가운데 독립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던 거겠지요.
자취라면 혼자 사는 살림을 익히는 시간으로 보시면 됩니다. 장보기, 청소, 공과금 챙기기 같은 것들이요.
독립을 준비하신다면 매달 나가는 돈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계산해 보시면 됩니다. 그 계산이 맞는 날부터 독립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부모님 집을 떠나 사는 것은 같습니다. 비용을 누가 대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