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오면 접시를 세 개나 꺼내면서 혼자일 땐 냄비째로 먹는다던 언니가 있어요.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혼자 먹는데 뭐하러, 하고 웃더라고요. 저도 그 말을 해본 적이 있어서 웃지는 못했어요.
남에게는 잘 차려주면서 나에게는 아끼는 사람이 꽤 많더라고요. 접시를 꺼내는 수고, 상을 차리는 시간 같은 것들이요. 그런 수고는 누가 봐줄 때만 값이 있다고 어딘가에서 배운 것 같아요.
그런데 먹는 사람은 결국 나인걸요.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그 밥은 내 몸으로 들어가겠지요.
한 끼 대충 때우는 건 큰일이 아니에요. 다만 그게 오래 이어지면 몸보다 마음 쪽에 표시가 나더라고요. 나는 이 정도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감각이 조금씩 앉거든요.
인간은 자기 자신을 대하는 방식대로 자기를 이해한다.
식탁이 그걸 제일 정직하게 보여주는 자리인 것 같아요. 무엇을 먹었는지보다 어떻게 차렸는지가 남는걸요.
요리를 하라거나 상을 제대로 보라는 말이 아니에요. 그럴 힘이 없는 날이 훨씬 많죠. 저도 그렇고요.
저는 요즘 딱 한 가지만 지켜요. 뭘 먹든 그릇에 옮겨 담기요. 봉지째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 십오 분이 식사가 되더라고요. 힘이 거의 안 드는 일이라 지치는 날에도 할 수 있고요.
서서 먹거나 화면을 보면서 먹으면 먹은 기억이 잘 안 남아요. 배는 부른데 뭘 먹었는지 흐릿하죠. 앉아서 먹으면 그 시간이 하루 안에 자리를 잡더라고요.
오늘 대충 때우셨다고 스스로를 나무라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그럴 만큼 지친 날이었겠지요. 다만 다음 끼니엔 그릇 하나만 꺼내보세요. 나에게 그 정도 수고는 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조용히 알려주는 일이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