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몇 권 들으시냐고 여쭤봤더니 권수는 바로 답하시더군요. 그런데 어떤 책이었는지는 한참 걸리셨습니다.
두 배 속도로 들으신다고 하셨습니다. 손님들께 이 얘기를 요즘 자주 듣습니다.
이유는 대체로 정직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출퇴근길이나 집안일 하는 동안 듣는데 그 시간이 한정돼 있죠. 답답해서. 읽는 속도보다 낭독이 느리게 느껴진다고 하십니다. 실제로 그렇고요. 권수를 채우려고. 한 해에 몇 권이라는 목표를 세우신 분들이 있습니다.
앞의 둘은 이해가 갑니다. 셋째는 좀 다르게 봐야 할 것 같고요.
먼저 좋은 쪽부터 말씀드리는 게 낫겠죠.
닿는 양이 늡니다. 안 듣던 사람이 듣게 되고, 한 권도 안 읽던 시기에 몇 권을 지나가게 됩니다. 그건 분명한 이득이죠.
아는 분야는 잘 따라옵니다. 배경 지식이 있으면 빨라도 놓치는 게 적습니다. 앞서 읽는 속도 얘기에서 적은 것과 같은 이치죠.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되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눈으로 읽을 때는 막히면 앞으로 올라갑니다. 듣기는 계속 흘러가죠. 배속이면 그 흐름이 더 빨라지고요. 놓친 자리를 놓친 줄도 모르고 지나갑니다.
문장의 결이 사라집니다. 속도를 올리면 쉼표와 문단이 뭉개집니다. 문장이 좋아서 읽는 책은 이 방식과 잘 안 맞더군요.
남는 게 줄어듭니다. 권수는 늘어나는데 무슨 책이었는지는 잘 안 남는다는 말씀을 여러 분께 들었습니다.
저는 이게 속도의 문제라기보다 무엇을 세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권수를 세면 속도를 올리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권수가 늘어나는 것과 내가 달라지는 것은 다른 일이죠. 앞서 읽은 걸 올리는 마음에 대해 적었는데, 이것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한 권을 천천히 듣고 그 얘기를 남한테 해줄 수 있는 것과, 다섯 권을 빨리 듣고 제목만 남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나은지는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빨리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지 겪은 것이 아니다.
말리려는 게 아니라 이렇게 나눠 쓰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정보를 얻는 책은 빠르게. 필요한 걸 가져오면 되니까요. 문장이나 이야기가 중심인 책은 보통 속도로. 여기서 속도를 올리면 남는 게 거의 없습니다. 어려운 책은 오히려 느리게. 눈으로 읽는 것보다 느려도 됩니다.
권수는 바로 답하시고 제목은 한참 걸리셨던 그분은 그 뒤에 속도를 좀 낮추셨다고 하시더군요. 권수는 줄었는데 얘기할 거리는 늘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