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코인을 맡겨 두면 장부 이어 쓰는 차례에 낀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그때 넣고 뺄 때 줄을 서야 한다는 대목이 저는 계속 걸렸어요.
이웃 언니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그걸 풀어 보려고 만든 방식이 있다더라고요.
박예슬 맡긴 걸 안 빼고도 쓸 수 있다는 건가요? 그게 말이 되나요?
신미혜 맡기고 보관증을 받아 오는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맡아 주는 데에 코인을 맡기면, 그쪽이 맡았다는 표를 하나 만들어 준다던데요. 맡긴 건 그대로 그 자리에 세워져 있고요.
그 표는 남한테 넘길 수도 있고 다른 데 쓸 수도 있대요. 그러니 맡겨 둔 채로도 손에 뭔가가 남는 거예요.
신미혜 옷을 맡기고 받은 보관증을 남한테 넘기면 그 사람이 옷을 찾아가는 것과 같은 셈이죠.
앞에서 코인을 다른 사슬로 옮길 때도 묶어 두고 표를 내준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만드는 방식이 그거랑 닮았더라고요.
여기가 이 얘기의 뒷면이었어요.
표는 맡긴 게 정말 거기 있다는 걸 믿고 도는 거잖아요. 그러니 맡아 주는 데가 흔들리면 표도 같이 흔들린다던데요.
박예슬 그럼 결국 그 맡아 주는 데를 믿는 거잖아요.
그렇대요. 그리고 맡아 주는 데가 몇 곳으로 몰리면 그것도 걱정이 된다고 했어요. 앞에서 채굴 풀이 한쪽으로 쏠린다는 걱정을 알아봤잖아요. 여기서도 같은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장부를 여럿이 나눠 지키자고 만든 자리인데, 맡기는 데가 한군데로 몰리면 그 뜻이 흐려진다고요.
이것도 들었어요. 표는 표대로 오가니까 그 표를 사고파는 자리가 생긴다던데요.
그러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표를 내놓으면 맡긴 것과 표가 서로 어긋나는 때가 있다고 했어요. 저는 그게 왜 그런지까지는 못 알아들었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다고 언니도 그랬고요.
신미혜 보관증을 다들 한꺼번에 내놓으면 그 종이가 제값을 못 받는 거예요.
맡기면 한동안 못 뺀다는 게 이 방식이 나온 까닭이라는 것, 맡긴 대신 표를 받아 온다는 것, 그 표를 넘기거나 다른 데 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표가 맡아 주는 데를 믿고 도는 거라는 것.
이게 나은 건지 아닌지는 저도 몰라요. 다만 이제 표를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 하나는 물어봐요. 그 표 뒤에 있는 건 누가 맡고 있대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