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위 칸 책을 까치발로 꺼내던 손님이 계셨습니다. 손끝으로 책등을 끌어당기다 옆 책 세 권이 함께 쏟아졌죠. 손님이 얼굴이 빨개져서 책을 주워 담으셨습니다. 발판이 있는 줄 몰랐다고요.
대부분의 도서관에는 높은 칸 책을 꺼내기 위한 발판이 있습니다. 서가 끝이나 기둥 옆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죠. 낮고 넓적한 계단 모양도 있고, 바퀴 달린 둥근 발판도 있습니다.
서가가 아주 높은 곳에는 사다리를 두기도 합니다. 다만 사다리는 이용자보다 직원이 쓰는 경우가 많더군요. 제가 밤마다 오르는 그 사다리처럼요.
책이 떨어집니다. 그 손님처럼 옆 책까지 함께요. 모서리가 찌그러지거나 표지가 상하죠. 책등이 상합니다. 손끝으로 책등 윗부분을 걸어 당기면 그 자리가 찢어지기 쉽습니다. 오래된 책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사람이 다칩니다. 까치발로 무거운 책을 끌어내리다 얼굴로 떨어지는 일도 생깁니다.
발판을 서가 바로 앞에 두십시오. 멀리 두고 몸을 기울이면 오히려 위험합니다. 책은 양옆을 밀고 가운데를 잡으십시오. 꺼낼 책 양쪽 책을 조금 안으로 밀면 그 책이 앞으로 나옵니다. 그때 책 가운데를 잡고 꺼내면 책등이 상하지 않죠. 다 쓰면 제자리에 돌려 두십시오. 통로 한가운데 발판이 있으면 다른 분이 걸려 넘어집니다. 어려우면 직원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높은 칸 책을 대신 꺼내 드리는 건 저희가 자주 하는 일이죠.
도서관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덜 찾는 책이 높은 칸이나 맨 아래 칸으로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이 빌리는 책은 눈높이에 두어야 찾기 쉬우니까요.
그래서 높은 칸엔 오래 잠든 책이 많습니다. 앞서 서가를 걷다 책을 만나는 법을 적었는데, 한 번쯤 고개를 들어 맨 위 칸을 보시면 뜻밖의 책을 만나기도 하더군요.
눈높이의 책은 찾는 자를 만나고, 높은 칸의 책은 고개를 든 자를 만난다.
그 손님께 발판 자리를 알려드리고 책 꺼내는 법도 보여드렸습니다. 손님은 발판에 올라 원래 꺼내려던 책 옆에 있던 책까지 한 권 더 빌려 가셨죠. 위에서 보니 다른 책도 보이더라고요.
높은 칸의 책은 손이 닿지 않아 오래 기다립니다. 저는 그 책들이 누군가의 손에 닿도록, 발판 하나와 말 한마디를 늘 가까이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