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로비에서 첼로 소리가 울린 날이었습니다. 연주를 듣던 손님 한 분이 곡이 끝나자 말씀하셨죠. 책장 넘기는 소리랑 잘 어울리네요. 그러고는 그 길로 서가 쪽으로 걸어가셨습니다.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도서관 로비나 다목적실에서 작은 음악회를 여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지역 음악가나 학생 연주자들이 현악기, 기타, 피아노 같은 악기로 짧게 연주하는 방식이라더군요.
책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음악과 관련된 책을 옆에 전시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방식과 장소는 곳마다 다르겠죠.
서가로 걸어간 손님. 음악을 듣고 나니 책이 더 읽고 싶어졌다고요. 그날 작곡가 전기를 빌려 가셨죠. 아이와 함께 간 이웃. 아이가 처음으로 악기 소리를 가까이서 들었다고요. 그 뒤로 악기 그림책만 찾는다고 하시더군요. 처음엔 불평하던 손님. 도서관이 왜 시끄럽냐고 생각했는데, 연주가 짧고 조용해서 오히려 좋았다고 하시더군요.
도서관은 조용해야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음악회 소식에 걱정부터 들었죠. 앞서 도서관 어린이실 소음 민원을 적으며, 소리와 고요가 한 도서관 안에 함께 지낼 방법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손님들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바뀌더군요. 정해진 자리에서, 짧게 울리는 음악은 고요를 깨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요를 더 깊게 느끼게 하더군요. 연주가 끝난 뒤의 정적이 평소보다 더 조용하게 들렸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니체는 음악을 무척 사랑한 사람이었습니다. 앞서 아폴론적 디오니소스적 뜻을 적었는데, 그에게 음악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이를 건드리는 것이었죠.
고요 한가운데 울린 음 하나가 그 고요의 깊이를 잰다. 음악이 멎은 뒤의 서가는 더 조용하다.
그 손님은 작곡가 전기를 반납하며, 다음 음악회도 꼭 오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날 들은 곡의 악보가 실린 책도 찾아 달라고 하시더군요.
책과 음악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저는 고요를 지키면서도, 그 고요를 깊게 하는 소리들이 가끔 이 서가에 머물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