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서가 끝을 가리키며 웃으셨습니다. "813.6~813.7" 같은 숫자가 붙어 있었죠. 이게 도로 표지판이었네요. 그동안 서가 사이를 한 줄씩 다 훑으며 다녔다고 하시더군요.
도서관 서가 끝에는 대개 안내판이 붙어 있습니다. 거기 적힌 숫자는 그 서가에 꽂힌 책들의 청구기호 범위죠. 앞서 청구기호로 책 찾는 법을 적었는데, 찾는 책의 번호를 알면 그 번호가 들어가는 서가로 곧장 가면 됩니다.
그 손님이 본 숫자도 그랬습니다. 그 서가에는 813.6부터 813.7까지의 책이 있다는 뜻이었죠.
청구기호 맨 앞 숫자는 주제를 뜻합니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대개 이렇게 나누죠.
000 총류. 사전, 백과사전처럼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책입니다. 100 철학. 니체도 여기 있죠. 200 종교. 300 사회과학. 400 자연과학. 500 기술과학. 요리, 건강, 공학 같은 책입니다. 600 예술. 700 언어. 800 문학. 소설과 시가 여기 있습니다. 900 역사.
앞서 도서관 책이 왜 그 순서로 꽂혀 있는지를 다룬 글이 있는데, 이 숫자들이 그 순서를 정합니다.
입구나 계단 옆에 층별 안내도가 있습니다. 어느 층에 어느 번호대가 있는지 알려 주죠. 자료실 이름도 함께 보십시오. 앞서 열람실과 자료실 차이를 적었는데, 어린이실이나 디지털자료실은 번호와 상관없이 따로 있습니다. 별치기호를 확인하십시오. 앞서 도서관 책 라벨 색깔 뜻과 도서관 대형 자료 보는 법을 적었는데, 앞에 글자가 붙은 책은 따로 모인 자리에 있습니다.
검색 결과의 위치를 보십시오. 몇 층, 어느 자료실인지가 함께 나옵니다.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십시오. 가장 빠른 길이죠.
서가 끝의 숫자를 읽을 줄 아는 자는 서가 사이를 헤매지 않는다. 그 숫자는 책이 사는 동네의 주소다.
그 손님은 그날 100번대 서가로 곧장 가셨습니다. 니체 책을 찾으러 오셨던 거였죠. 금방 찾고 돌아오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도서관이 지도처럼 보인다고요.
서가 사이에서 헤매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저는 그 숫자들이 누구에게나 읽히는 이정표가 되도록, 서가 끝판을 늘 바르게 붙여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