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실 문 앞에 서 있던 수험생이 휴대폰을 들어 보이셨습니다. 앱에서는 만석이라고 나오는데, 문을 열어 보니 절반이 비어 있다고요.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죠.
예약만 해 두고 오지 않은 자리들이었습니다.
요즘 많은 도서관이 앱이나 좌석 발권기로 열람실 자리를 배정합니다. 앞서 도서관 앱으로 되는 일을 적었는데, 좌석 예약도 그중 하나죠.
관마다 방식이 다르지만 대개 이런 규칙이 있습니다.
예약 후 정해진 시간 안에 입실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풀리는 곳이 많죠. 외출 시간에 한도가 있습니다. 잠깐 나갈 때 외출 처리를 하고, 그 시간을 넘기면 자리가 반납되는 식입니다. 이용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몇 시간마다 연장해야 하는 곳도 있더군요.
혹시 몰라 잡아 둡니다. 갈지 안 갈지 모르지만 일단 예약하는 거죠. 취소를 잊습니다. 사정이 생겨 못 가면서 앱을 열지 않는 겁니다. 자동 반납 시간이 깁니다. 그 시간 동안 자리는 비어 있는데 아무도 못 앉죠.
그날 그 수험생처럼, 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빈자리 앞에서 돌아갑니다. 앞서 수능 앞둔 도서관 열람실을 적었는데, 이맘때 그 한 자리는 누군가의 하루치 공부입니다.
그래서 노쇼가 반복되면 이용 제한을 거는 도서관도 있습니다. 며칠 동안 예약을 못 하게 하는 식이죠. 앞서 자리 맡아두면 안 되는 이유를 적었는데, 예약 노쇼는 그 다툼이 화면 속으로 옮겨 간 모습이더군요.
비어 있는 자리를 붙들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갖지 않으면서 남의 것을 빼앗는 일이다.
갈 때만 예약하십시오. "혹시"는 다른 사람의 "꼭"을 밀어냅니다. 못 가게 되면 바로 취소하십시오. 앱을 여는 데 십 초면 됩니다. 잠깐 나갈 땐 외출 처리를 하십시오. 그래야 오래 비울 때 자리가 제대로 돌아갑니다. 다 쓰고 나면 퇴실 처리를 하십시오. 그냥 나가면 자리가 한동안 묶입니다.
그날 자동 반납 시간이 지나자 자리 몇 개가 풀렸습니다. 그 수험생은 그중 한 자리에 앉으셨죠. 나가실 때는 앱에서 퇴실 처리를 꼭 하고 가시더군요. 자기 같은 사람이 또 있을 거라면서요.
빈자리 하나를 돌려주는 일은 아주 작습니다. 저는 그 작은 일이 이어지도록 규칙을 알리고, 모두에게 고루 자리가 돌아가는 열람실을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