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웃으며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다른 동네 도서관에서 책 수레를 싣고 혼자 복도를 지나가는 로봇을 봤다고요. 길을 비켜 줘야 하나 한참 고민했다고 하시더군요. 로봇이 먼저 멈춰 서서 기다리더라고요.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도서관에 로봇을 시험 삼아 들이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반납된 책을 싣고 서가 쪽으로 나르거나, 밤사이 서가를 돌며 책이 제자리에 있는지 점검하는 식이라더군요.
앞서 도서관 책 RFID 태그를 적었는데, 그런 태그를 읽으며 서가를 훑는 기계도 있다고 합니다. 안내를 해 주는 로봇을 둔 곳도 있다고 들었죠. 어디까지 쓰이는지는 곳마다 다릅니다.
길을 비켜 줄까 고민한 손님. 처음엔 신기했는데, 조용히 지나가는 모습이 오히려 도서관과 잘 어울렸다고요. 아이와 함께 간 이웃. 아이가 로봇을 따라다니느라 책은 못 봤다며 웃으셨습니다. 어르신 손님.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더 편하다고, 로봇이 대답은 해도 눈은 안 맞춰 준다고 하시더군요.
솔직히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반납된 책을 나르고 서가를 정리하는 일은 몸이 많이 드는 일이니까요. 밤마다 사다리를 오르는 저로서는 그 수고를 조금 덜 수 있다면 좋겠죠.
다만 손님들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앞서 도서관 AI 안내 챗봇과 사서라는 일이 없어진다는 말을 다룬 글들이 있는데, 결국 남는 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더군요. 그 어르신 말씀처럼, 눈을 맞추는 일이요.
기계가 책을 나르는 시간만큼, 사서는 사람 곁에 더 오래 머물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짐을 나르는 손이 하나 늘면, 사람을 맞이할 손이 하나 비워진다. 그 빈손을 어디에 쓸지가 사람의 몫이다.
그 손님은 다음엔 그 로봇에게 인사라도 해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대답은 안 해도 괜찮다고요. 그러고는 저에게 다음 읽을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이건 로봇한테 못 물어보겠다면서요.
도서관에 기계는 앞으로도 늘어날 겁니다. 저는 그 기계들이 덜어 준 시간만큼, 손님과 눈을 맞추고 같이 책을 고르는 일에 제 손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