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원고 한 장을 보여 주셨습니다. 다른 동네 도서관 상주 작가의 글쓰기 모임에 다녀왔다고요. 작가가 빨간 펜으로 딱 한 줄만 고쳐 줬는데, 그 한 줄 덕분에 글 전체가 달라졌다고 하셨죠. 그 원고를 소중히 접어 넣으셨습니다.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작가가 일정 기간 도서관에 머물며 글을 쓰고, 그 사이 이용자들과 글쓰기 모임이나 강연을 여는 활동이 있다고 합니다. 공공 지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도서관 한쪽에 작가의 책상을 두고, 작가가 거기서 실제로 글을 쓰기도 한다더군요. 기간과 방식은 도서관마다 다릅니다.
원고를 보여 준 손님. 작가가 고쳐 준 한 줄보다, 자기 글을 끝까지 읽어 준 게 더 좋았다고요. 아이와 함께 간 부모님. 아이가 동화 작가에게 직접 질문을 했는데, 그 뒤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놀이를 한다고 하시더군요. 글을 쓰고 싶은 직장인 손님. 작가가 서가 옆 책상에서 실제로 쓰는 모습을 보니, 글쓰기가 특별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요.
앞서 책보다 작가를 보러 오는 이유를 다룬 글이 있는데, 북토크가 하루의 만남이라면 상주 작가는 오래 머무는 만남이더군요. 같은 공간에서 몇 달씩 함께 있으니, 이용자들이 작가를 손님이 아니라 이웃처럼 여기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서 피로 써라 니체 뜻을 적으며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했는데, 상주 작가는 그 둘이 같은 책상 근처에 앉는 자리입니다. 읽는 사람이 쓰는 사람을 보고, 쓰는 사람이 읽는 사람을 만나는 거죠. 앞서 글을 쓰는 사람이 늘었다는 말을 다룬 글도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이런 자리는 큰 힘이 될 것 같았습니다.
쓰는 자와 읽는 자가 한 지붕 아래 머물 때, 책은 완성된 물건이 아니라 지금 태어나는 중인 것이 된다.
그 손님은 그날 그 작가의 책을 두 권 빌려 가셨습니다. 글을 쓴 사람을 알고 나니 책이 다르게 읽힌다고요. 앞서 쓴 사람을 알고 나서 그 책이 달라 보이는 마음을 다룬 글이 있는데, 꼭 그 이야기라고 웃으시더군요.
책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저는 이 서가가 그 거리를 조금 더 좁히는 자리가 되도록, 쓰려는 분들과 읽으려는 분들을 함께 맞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