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형 창 아래 서가를 찍으려던 손님이 계셨습니다. 휴대폰을 들었다가 내리시더군요. 화면 구석에 책을 읽는 사람이 들어와 있었던 거죠. 그 사람이 자리를 뜰 때까지 한참 기다렸다가 셔터를 누르셨습니다. 그 모습이 참 고마웠습니다.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간단한 사진은 괜찮습니다. 서가 풍경이나 책 표지 정도는 찍게 해 주는 곳이 많죠. 앞서 사진 찍으러 도서관에 오는 이유를 다룬 글이 있는데, 서가가 배경이 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다만 관마다 규칙이 다릅니다. 촬영을 아예 막는 공간이나, 허가가 필요한 공간이 있으니 안내문을 먼저 보시는 게 좋겠죠.
다른 이용자를 찍지 마십시오. 그 손님처럼, 사람이 화면에 들어오면 기다리거나 각도를 바꿔 주십시오. 도서관은 많은 사람이 조용히 머무는 곳이니까요. 셔터 소리와 플래시를 끄십시오. 조용한 자료실에서 셔터 소리는 생각보다 크게 울리더군요. 책 내용을 통째로 찍지 마십시오. 앞서 도서관에서 복사할 때 기준을 적었는데, 책 한 권을 사진으로 다 찍는 건 복사와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동영상과 촬영 장비는 미리 물어보십시오. 삼각대나 조명을 쓰는 촬영은 허가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서가 앞을 오래 막는 일. 찍는 동안 다른 분이 책을 못 꺼내더군요. 책을 꺼내 늘어놓고 그대로 두는 일. 사진을 위해 꺼낸 책은 제자리에 돌려 주셔야 합니다. 앞서 청구기호로 책 찾는 법을 적었는데, 잘못 꽂히면 다음 사람이 못 찾습니다. 열람석에서 오래 촬영하는 일. 앉아서 읽는 분들의 집중을 흐트러뜨리죠.
서가를 담는 사진에는 그 안의 고요까지 담겨야 한다. 고요를 깨고 찍은 서가는 그저 책장일 뿐이다.
그 손님은 찍은 사진을 보여 주셨습니다. 아치형 창으로 들어온 빛이 서가 위에 내려앉아 있었죠. 아무도 없는 서가가 오히려 더 좋다고 하시더군요. 그러고는 그 서가에서 책을 한 권 빌려 가셨습니다.
서가를 담고 싶은 마음은 반갑습니다. 저는 그 사진들이 서가의 고요를 함께 담을 수 있도록, 찍는 분과 읽는 분이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규칙을 친절하게 알려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