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하나가 대출대 위에 작은 물건을 올려놓았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된 책받침대였죠. 다른 동네 도서관 메이커스페이스에서 3D 프린터로 만들었다고요. 책에서 설계하는 법을 보고 따라 했다며 뿌듯해하더군요.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도서관 한쪽에 메이커스페이스를 두는 곳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공구, 재봉틀 같은 장비를 두고 누구나 무언가를 만들어 볼 수 있게 한 공간이라더군요.
장비 쓰는 법을 알려 주는 강좌를 함께 열고, 안전 교육을 받은 사람만 장비를 쓰게 하는 곳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운영 방식은 곳마다 다릅니다.
책받침대를 만든 중학생. 처음엔 설계 프로그램이 어려웠는데, 도서관에 있는 입문서를 보면서 했다고요. 실패한 것만 세 개라며 웃더군요. 아이와 함께 간 아버지. 아이가 망가뜨린 장난감 부품을 직접 만들어 끼웠다고요. 아이가 아빠를 다시 봤다며 웃으셨습니다. 은퇴한 손님. 목공 장비로 손주 책꽂이를 만들었다고 하시더군요.
처음 들었을 땐 도서관에 웬 공구냐 싶었죠. 그런데 손님들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된 게 있습니다. 메이커스페이스 옆에는 늘 책이 함께 있다는 거죠.
그 중학생도 입문서를 보며 만들었고, 실패하면 다시 책으로 돌아갔습니다. 읽고, 만들고, 다시 읽는 순환이 생긴 거죠. 앞서 실용서 읽고 안 써먹는 이유를 적었는데, 메이커스페이스는 그 써먹는 자리를 도서관 안에 마련한 셈이더군요.
책 속의 설계도는 손을 만나야 물건이 된다. 손은 다시 막히면 책을 찾는다. 그 왕복이 배움이다.
그 학생은 그 책받침대를 대출대에 두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사서 선생님 쓰시라고요. 그러고는 다음에 만들 것을 위해 설계 책 두 권을 빌려 갔죠.
지금 그 받침대는 대출대 한쪽에서 반납된 책을 받치고 있습니다. 저는 읽은 것이 손으로 이어지는 그 왕복을 응원하며, 그 학생이 다시 찾아올 책들을 서가에 채워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