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여행 가방을 끌고 자료실에 들어오시던 손님이 계셨습니다. 입구에서 직원이 사물함을 안내해 드리자 머쓱해하시더군요. 가방을 왜 맡겨야 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알고 나면 오히려 편하죠.
모든 도서관이 그런 건 아니죠. 다만 일부 자료실은 큰 가방을 들고 들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자료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귀중한 자료나 대출이 안 되는 자료가 있는 곳일수록 그렇죠. 통로가 좁습니다. 서가 사이로 큰 가방이 오가면 책이 떨어지거나 다른 분과 부딪힙니다. 자리가 좁아집니다. 가방이 의자 하나를 차지하는 일이 잦더군요.
그래서 입구에 사물함을 두고, 필요한 것만 들고 들어가시도록 하는 겁니다.
도서관마다 방식이 다릅니다. 흔한 것들을 적겠습니다.
열쇠식. 열쇠를 꽂아 두고 잠그는 방식이죠. 열쇠를 잃어버리면 곤란해지죠. 비밀번호식. 번호를 정해 잠급니다. 번호를 잊으시는 분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회원증이나 앱으로 여는 방식. 요즘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 당일 이용이 원칙입니다. 문 닫을 때까지 비우지 않으면 사서가 열어서 짐을 따로 보관하는 곳도 있죠.
넣어 둘 것. 큰 가방, 젖은 우산, 쇼핑백, 음식이 든 봉투. 들고 갈 것. 지갑, 휴대폰, 회원증, 필기구, 읽을 책. 작은 투명 가방이나 손가방을 따로 두는 도서관도 있습니다.
귀중품은 사물함에 두기보다 몸에 지니시는 게 낫습니다. 도서관이 사물함 안 물건까지 책임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사물함 번호를 잊습니다. 휴대폰으로 사진 한 장 찍어 두시면 됩니다. 며칠씩 맡겨 둡니다. 장기 보관은 대부분 안 되죠. 다른 사람 칸을 엽니다. 비슷한 번호가 많아서요. 열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십시오.
들고 다니던 것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서가가 보인다. 짐을 지키느라 고개를 숙인 자는 책등을 읽지 못한다.
그 손님은 가방을 맡기고 빈손으로 들어가셨습니다. 한 시간쯤 뒤 책 세 권을 안고 나오시더군요. 빈손이니까 서가를 끝까지 돌 수 있었다고요.
짐을 맡기는 건 작은 수고지만 서가를 걷는 시간은 그만큼 넓어집니다. 저는 그 몇 분이 아깝지 않은 공간을 만드는 일을 이 자리에서 이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