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열람석에서 노트북을 연 손님이 계셨습니다. 자판을 몇 번 두드리자 옆자리에서 고개가 돌아가더군요. 그 뒤로 그 손님은 한 글자씩 아주 천천히 누르셨습니다. 나중에 대출대로 오셔서 물으셨죠. 노트북은 어디서 써야 하느냐고요.
좋은 질문이었습니다. 도서관엔 대개 그 답이 따로 있죠.
요즘 도서관 중엔 노트북 좌석이나 노트북 열람실을 따로 둔 곳이 많더군요. 자판 소리가 나도 괜찮은 자리죠. 콘센트가 붙어 있는 경우도 많고요.
반대로 일반 열람실이나 조용한 열람석에선 노트북을 쓰지 못하게 하는 곳도 있습니다. 쓸 수는 있어도 소리 나는 작업은 삼가 달라는 곳도 있죠. 관마다 규칙이 다르니 처음 가신다면 안내판을 한 번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노트북 좌석. 이름 그대로입니다. 자리가 있으면 여기가 가장 편하죠. 디지털자료실. 컴퓨터를 쓰는 공간이라 자판 소리에 비교적 너그럽죠. 자료실 가장자리 테이블. 서가 사이 조용한 열람석보다는 낫습니다. 다만 책 읽는 분들을 위한 자리라는 점은 기억해 주십시오.
앞서 열람실과 자료실 차이를 적었는데, 노트북을 들고 가신다면 그 구분이 더 중요해지죠.
콘센트가 있는 자리는 늘 먼저 찹니다. 몇 가지만 지켜 주시면 좋겠습니다.
충전만 걸어 두고 오래 비우지 마십시오. 앞서 자리 맡아두면 안 되는 이유를 적었는데, 콘센트 자리가 그 다툼의 한가운데겠죠. 멀티탭을 따로 꽂는 건 삼가 주십시오. 안전 때문에 막는 도서관이 많죠. 선이 통로를 가로지르지 않게 해 주십시오. 지나가다 걸리는 분이 생기더군요.
자판 소리가 작은 키보드를 쓰거나, 덮개를 씌우십시오. 알림음은 꺼 두십시오. 노트북 알림이 생각보다 크게 울리더군요. 통화나 화상 회의는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하십시오. 앞서 도서관에서 화상 회의를 하는 사람들을 적었는데, 그런 방을 빌려주는 곳도 있습니다.
네 소리가 남의 고요를 깎지 않는 자리를 찾아라. 그곳에서 너의 일도 가장 오래 이어진다.
그 손님께 노트북 좌석을 알려드렸습니다. 그다음부터는 거기서 마음껏 두드리시더군요. 이제야 일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자리를 바꾸는 것만으로 서로 편해지는 일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자리를 하나라도 더 알려드리는 것으로, 이 공간을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