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자료실 구석에서 김밥 냄새가 퍼졌습니다. 주변 손님들이 하나둘 고개를 드셨죠. 드시던 분은 미안해하시며 물으셨습니다. 저녁을 못 먹어서 그랬는데, 원래 안 되는 거냐고요.
대부분의 도서관에선 안 되는 쪽입니다. 그런데 물병은 괜찮다고 하니 헷갈리실 만하죠.
관마다 규칙이 다릅니다. 다만 흔한 기준은 이렇더군요.
뚜껑 있는 물이나 음료. 자료실이나 열람실에서도 허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뚜껑 없는 컵 음료. 막는 곳이 많습니다. 쏟아지기 쉬우니까요. 음식. 자료실과 열람실에선 대개 안 됩니다. 휴게실이나 매점, 정해진 공간에서 드시도록 하죠.
정확한 기준은 입구 안내문에 있습니다. 처음 가는 도서관이라면 한 번 보시는 게 좋겠죠.
책이 상합니다. 기름이나 양념이 묻으면 지워지지 않죠. 부스러기가 책 사이에 끼기도 합니다. 벌레가 꼬입니다. 음식 부스러기는 종이를 갉는 벌레를 불러옵니다. 서고에서 가장 경계하는 일 가운데 하나죠. 냄새가 남습니다. 그날 저녁처럼, 한 사람의 식사가 여러 사람의 집중을 흐트러뜨립니다. 소리가 납니다. 봉지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조용한 자료실에서 생각보다 크게 울리더군요.
사람에게 필요하니까요. 오래 앉아 있으면 목이 마르죠. 물까지 막으면 자리를 자주 비우게 됩니다. 뚜껑이 있으면 쏟아질 위험이 적습니다. 그래서 뚜껑 여부로 선을 긋는 곳이 많은 거죠.
그래도 책 바로 옆에 두지는 마십시오. 뚜껑이 있어도 넘어지면 새어 나오는 일이 있습니다. 앞서 빌린 책이 망가졌을 때 처리를 적었는데, 물에 젖은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휴게실이나 매점을 찾으십시오. 먹는 자리를 따로 두는 도서관이 많습니다. 잠깐 나갔다 오십시오. 앞서 도서관 사물함 쓰는 법을 적었는데, 짐을 맡겨 두고 나갔다 오면 편하죠. 냄새 없는 간단한 것도 자료실 안에선 삼가 주십시오. 사탕이나 초콜릿도 포장 소리가 납니다.
책 앞에서 배를 채우지 마라. 배는 다른 자리에서 채우고, 이 자리에선 다른 허기를 채워라.
그 손님께 1층 휴게실을 알려드렸습니다. 거기서 김밥을 다 드시고 다시 올라오셨죠. 다음부터는 저녁을 먹고 오겠다고 하시더군요.
먹는 자리와 읽는 자리를 나누는 건 작은 불편입니다. 그래도 저는 그 선 덕분에 책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걸 알기에, 이 규칙을 정중하게 지키는 일을 이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