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가 엄마의 대출 목록을 들고 서가를 누볐습니다. 청구기호를 보고 척척 찾아내더군요. 엄마 말로는 다른 동네 도서관 방탈출 행사에 다녀온 뒤로 이렇다고 하셨습니다. 아이가 자랑스럽게 말했죠. 이제 아무 책이나 다 찾을 수 있어요.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도서관 서가 곳곳에 단서를 숨겨 두고 아이들이 문제를 풀며 찾아가는 방탈출 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청구기호를 단서로 특정 책을 찾게 하거나, 책 속 문장에서 암호를 찾게 하는 식이라더군요.
방학이나 독서의 달에 많이 열리고,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방식은 곳마다 다르겠죠.
청구기호를 배운 아이. 처음엔 숫자가 뭔지 몰랐는데, 단서를 찾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됐다고요. 앞서 청구기호로 책 찾는 법과 도서관 서가 안내판 보는 법을 적었는데, 그 아이는 그걸 놀이로 배운 셈입니다. 아이와 한 팀이 된 아빠. 아이가 자기보다 단서를 더 빨리 찾아서 놀랐다고 하시더군요. 책 속 암호를 푼 아이. 단서가 숨은 책을 찾고 나서, 그 책이 재밌어 보여 결국 빌려 왔다고요.
앞서 도서관 일일 사서 체험과 독서 골든벨을 적었는데, 방탈출은 그보다 더 놀이에 가까운 방식이더군요. 서가를 지도로, 책을 보물로 바꾸는 일이죠.
그리고 하나 반가운 게 있었습니다. 단서를 찾던 아이가 그 책을 빌려 갔다는 이야기요. 앞서 서가를 걷다 책을 만나는 법을 적었는데, 놀이가 끝난 뒤에 남는 건 결국 우연히 만난 한 권이더군요. 앞서 낙타 사자 아이를 적으며 니체가 가장 높은 정신을 놀이하는 아이라고 했는데, 서가 사이를 뛰는 아이들을 보면 그 말이 떠오릅니다.
서가가 보물 지도가 되는 날, 아이는 책 찾는 법을 배우는 줄도 모르고 배운다. 놀이로 익힌 길은 평생 잊히지 않는다.
그 아이는 엄마의 책을 다 찾아 준 뒤, 자기 책도 한 권 골라 왔습니다. 방탈출에서 단서가 숨어 있던 바로 그 책이었죠. 그날은 못 읽었으니 이제 읽겠다고 하더군요.
서가 사이를 뛰는 발소리는 반갑습니다. 저는 그 아이들이 놀이 끝에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도록, 서가 곳곳에 좋은 보물을 꽂아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