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 테이블에서 책 한 권을 집어 든 손님이 조심스럽게 물으셨습니다. 이거 빌려도 되는 거예요? 전시해 둔 거라 손대면 안 되는 줄 알았다고요. 그러면서 도로 내려놓으려 하시더군요.
빌리셔도 됩니다. 사실 빌려 가시라고 놓아둔 거죠.
많은 도서관이 입구나 자료실 한쪽에 주제를 정해 책을 모아 놓은 코너를 둡니다. 북큐레이션, 주제 전시, 이달의 책 같은 이름으로 부르죠.
서가에 꽂혀 있으면 책등만 보입니다. 이 코너에선 표지가 보이게 세워 두니, 지나가다 눈에 걸리기 쉽죠.
대개 사서들이 고릅니다. 고르는 기준은 관마다 다르지만 흔한 것들은 이렇더군요.
계절. 가을이면 독서와 산책, 겨울이면 따뜻한 이야기들이죠. 앞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이유를 적었는데, 이맘때 그 주제 코너가 많이 생깁니다. 기념일. 한글날엔 우리말 책, 어린이날엔 그림책 같은 식입니다. 세상 이야기. 뉴스에 자주 나오는 주제를 더 깊이 볼 수 있는 책들이요. 잘 안 나가는 좋은 책. 서가 깊숙이 잠든 책을 꺼내 보이는 것도 이 코너의 몫입니다. 앞서 도서관에 이런 책도 있는 이유를 적었는데, 그 책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자리죠.
몇 권 안 되는 자리에 무엇을 올릴지 정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너무 유명한 책만 올리면 이미 다 아는 책이고, 너무 낯선 책만 올리면 아무도 집지 않죠. 아는 책 몇 권 사이에 낯선 책 하나를 끼워 두는 식으로 고민하는 사서가 많습니다.
대부분 바로 빌릴 수 있습니다. 전시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죠. 빌려 간 자리는 저희가 채웁니다. 비어 있으면 오히려 반가운 일입니다. 전시용이라 대출이 안 되는 책이 있다면 따로 표시가 있습니다. 표시가 없으면 빌리셔도 된다고 보시면 되죠.
서가에 꽂힌 책은 찾는 자를 기다리고, 테이블에 놓인 책은 지나가는 자를 부른다.
그 손님은 그 책을 빌려 가셨습니다. 반납하실 때 말씀하셨죠. 서가에서 찾았으면 절대 안 골랐을 책인데 좋았다고요. 다음 달 코너도 보러 오겠다고 하시더군요.
테이블 하나에 놓인 몇 권이 누군가의 다음 책이 됩니다. 저는 그 몇 권을 고르는 일에 정성을 들여, 지나가는 걸음이 책 앞에서 멈추는 자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