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신착 코너에 새 책이 뜸하다고 하셨습니다. 요새 뭐가 안 들어오느냐고요.
뉴스에서도 도서관 예산 얘기가 나옵니다. 어디부터 줄어드는지 적어보겠습니다.
나눠 보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자료비. 책과 전자자료를 사는 돈이죠. 인건비. 일하는 사람 몫입니다. 운영비. 건물 관리와 프로그램에 쓰는 돈이고요.
줄일 때 자료비가 가장 먼저 깎입니다. 당장 표가 안 나서요. 사람을 자르거나 문을 닫으면 바로 말이 나오는데, 책을 덜 사는 건 몇 달 지나야 보이거든요.
손님이 느끼신 게 첫 번째입니다.
새 책이 뜸해집니다. 한 달에 들어오는 권수가 줄죠. 희망도서가 밀립니다. 앞서 희망도서 신청하는 법을 적었는데, 예산이 빠듯하면 한 달 한도가 줄거나 처리가 늦어집니다. 여러 권 사던 걸 한 권만 삽니다. 인기 있는 책은 예약이 길게 밀리고요. 앞서 대출 중인 책 예약하는 법에서 몇 달 걸리기도 한다고 적었는데, 그 기다림이 더 길어집니다. 전자책 계약이 줄어듭니다. 이게 덜 알려진 대목인데, 전자책은 사는 게 아니라 기간을 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돈이 끊기면 있던 것도 없어지죠.
같이 봐야 하는 게 있습니다.
예산이 그대로여도 살 수 있는 권수는 줍니다. 만드는 값이 오르니까요. 앞서 출판사가 문 닫는다는 얘기에서도 적었는데, 그 사정이 도서관 서가에도 그대로 옵니다.
그러니 예산이 동결되면 실제로는 줄어든 것과 같습니다.
돈이 빠듯할 때 고르는 순서가 생깁니다.
많이 찾는 책부터 삽니다. 이건 당연하죠. 안 나가는 갈래가 먼저 빠집니다. 시집, 학술서, 지역 자료 같은 것들입니다. 앞서 도서관이 책을 고르는 기준을 적었는데, 안 팔릴 책을 일부러 사는 게 저희 일의 한 몫인데도 거기부터 줄어듭니다. 장애인 자료와 큰글자책도 밀립니다. 값이 비싸고 찾는 분이 적어서요. 앞서 점자책과 촉각책이 있는 자리를 적었는데, 원래도 좁던 목록이 더 좁아집니다.
그래서 예산이 줄면 서가의 폭이 먼저 좁아집니다. 권수보다 이쪽이 더 아픕니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희망도서를 신청하십시오. 신청이 쌓이면 그게 자료가 됩니다. 필요하다는 증거가 되니까요. 빌려 가십시오. 대출 수가 예산 근거로 쓰입니다. 앉아서 보고 가시는 것도 좋지만, 빌려 가시면 숫자로 남죠. 의견을 남기십시오. 건의함이나 홈페이지에요. 손님들이 남기신 말이 실제로 올라갑니다.
이 얘기를 이용자께 하는 게 맞나 싶긴 합니다. 예산은 저희 쪽 일이니까요.
다만 서가가 좁아지는 걸 아무도 모르고 지나가는 게 저는 더 걱정됩니다. 없어진 것은 원래 눈에 안 띄거든요.
예산이 줄면 권수가 아니라 폭이 먼저 준다. 그건 목록을 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날 희망도서를 두 권 신청하셨습니다.
그러시더군요. 이런 게 도움이 되느냐고요. 됩니다. 그 신청서가 내년 서가를 조금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