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대에서 손님이 책을 내밀며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망가뜨린 건 아니에요. 표지 비닐의 모서리가 들떠 있었죠. 읽는 내내 그게 신경 쓰여서 손톱으로 계속 만지작거렸다고 하시더군요.
그 비닐이 왜 거기 있는지 아시면 조금 덜 신경 쓰이실지도 모릅니다.
도서관 책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칩니다. 한 권이 몇 년 동안 수십 번 빌려 나가기도 하죠. 그래서 표지를 지키는 한 겹이 필요합니다.
때가 덜 탑니다. 손때, 음료 자국, 비 맞은 흔적을 비닐이 대신 받아 주죠. 표지가 덜 찢어집니다. 모서리가 닳거나 접히는 걸 늦춰 줍니다. 라벨을 붙잡아 둡니다. 책등의 청구기호 라벨이 떨어지지 않게 함께 덮는 경우가 많더군요. 앞서 청구기호로 책 찾는 법을 적었는데, 그 라벨이 떨어지면 책이 길을 잃습니다.
결국 비닐은 책의 수명을 늘리는 일이죠.
띠지는 대개 떼어 냅니다. 오래 붙어 있지 못하고 금방 찢어지니까요. 앞서 책 띠지 처리하는 습관을 적었는데, 도서관에서는 거의 남기지 않습니다. 덧표지, 그러니까 책을 감싼 겉표지는 관마다 다릅니다. 몸체에 붙여서 함께 비닐을 씌우는 곳도 있고, 떼어 내는 곳도 있죠.
떼어 내지 마십시오. 들뜬 부분을 뜯으면 표지까지 같이 벗겨지는 일이 생깁니다. 반납할 때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가 다시 붙이거나 새로 씌웁니다. 망가뜨렸다고 걱정하실 일이 아니라, 오래 쓰인 책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일이죠. 물에 젖었거나 크게 찢어졌다면 따로 말씀해 주십시오. 앞서 빌린 책이 망가졌을 때 처리를 적었는데, 그때는 처리가 조금 다릅니다.
집 책을 오래 두고 보고 싶다면 비슷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앞서 책 표지 싸는 법을 적었는데, 시중에 파는 투명 커버 필름을 쓰면 도서관 책처럼 됩니다. 다만 아끼는 책일수록 떼어 낼 수 있는 커버를 쓰시는 게 좋겠죠.
한 겹을 씌우는 손은 그 책을 만날 다음 사람을 생각하는 손이다. 서가는 그런 손들이 이어서 만든다.
그 손님께 들뜬 비닐은 저희가 고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안도하시며 웃으셨죠. 다음엔 신경 안 쓰고 읽겠다고요.
책 한 권이 오래 살아남는 건 수많은 사람이 조금씩 아껴 준 덕분입니다. 저는 그 한 겹을 다시 씌우는 일로, 다음 사람에게 이어질 서가를 제 손으로 지켜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