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휴대폰 화면을 보여 주셨습니다. 밤 열한 시에 도서관 누리집의 챗봇에게 반납일을 물어봤더니 바로 대답이 오더라고요. 신기하다고 하셨죠. 그런데 그러고는 같은 질문을 제게 한 번 더 하셨습니다. 혹시 몰라서요.
요즘 도서관 누리집이나 앱에 AI 안내 챗봇을 들이는 곳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운영 시간, 반납일, 회원 가입 방법 같은 질문에 밤낮없이 대답해 주는 식이라더군요.
책을 추천해 주거나 소장 여부를 찾아 주는 기능까지 시험하는 곳도 있다고 손님들이 말씀하셨습니다. 곳마다 할 수 있는 일은 다릅니다.
밤에 물어본 손님. 문 닫은 시간에도 대답을 들을 수 있어 편했다고요. 다만 확인하고 싶어 다음 날 또 물었다고 하셨죠. 책 추천을 받아 본 이웃. 이것저것 추천해 주는데, 왜 그 책인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앞서 책 추천을 기계에게 받는 이유를 적었는데, 그 이야기와 겹치더군요. 어르신 손님. 화면에 글자를 쳐야 하는 게 어려워서 그냥 전화를 하셨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반가웠습니다. 반납일이나 운영 시간 같은 질문은 밤에도 대답할 수 있으면 좋으니까요. 저도 폐관 후 서고에 남아 있지만, 그 시간에 들어오는 질문에 다 답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손님들 말을 들으며 알게 된 것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답만 원하는 게 아니라 확인받고 싶어 한다는 거죠. 그 손님이 다음 날 다시 물은 것도 그래서였을 겁니다. 앞서 사서라는 일이 없어진다는 말을 들었을 때를 적었는데, 아마 그 일은 모양만 바뀌어 갈 겁니다.
묻는 말에 답하는 것은 기계도 한다. 묻지 못한 말을 알아채는 것은 아직 사람의 일이다.
무엇을 찾는지 모르는 사람과 같이 찾는 일. 앞서 찾는 책 설명하는 요령을 적었는데, 흐릿한 기억에서 책을 찾아내는 건 대화로 하는 일이죠. 화면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 같이 생각하는 일.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을 함께 들여다보는 일이요.
그 손님께 챗봇 대답이 맞다고 확인해 드렸습니다. 손님이 웃으셨죠. 기계 말도 맞는데 사람한테 들어야 마음이 놓인다고요.
밤에도 대답하는 안내 창은 계속 늘어날 겁니다. 저는 그 창이 미처 듣지 못하는 말, 같이 생각해야 하는 물음을 받는 자리를 이 서가에서 지켜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