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근 날 사원증을 반납하고 나온 분이 계셨습니다. 건물 회전문을 일부러 한 바퀴 더 돌았다고 하시더군요.
그 분은 그날 홀가분했다고 하셨습니다. 한 바퀴를 더 돈 그 몸짓은 홀가분함보다 해방감에 가깝습니다.
해방감과 홀가분함은 둘 다 무언가가 끝나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감정입니다.
숨이 깊어지고, 발걸음이 빨라지고, 웃음이 납니다. 가볍다는 점이 같으니 하나로 부르시는 거죠. 그러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해방감은 나를 누르던 것에서 풀려난 감정이고, 홀가분함은 내가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은 감정입니다.
해방감에는 나를 누르고 있던 무언가가 있습니다.
규칙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자리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원해서 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나를 묶고 있던 것이죠. 그래서 풀려나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회전문을 한 바퀴 더 돈 것처럼요.
해방감에는 대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방향이 들어 있습니다.
홀가분함은 내가 맡아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은 감정입니다.
마감을 끝냈거나, 맡은 행사를 치렀거나, 미뤄둔 말을 했을 때입니다. 짐은 내가 들고 있었고, 그걸 내려놓았을 뿐입니다. 누가 나를 묶은 것은 아니었죠.
홀가분함에는 원망이 없습니다. 내려놓은 짐을 미워하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한 회사를 떠나는 날에도 둘이 섞일 수 있습니다. 인수인계를 마친 것은 홀가분함이고, 그 건물을 나선 것은 해방감이었겠지요.
해방감이라면 무엇이 나를 눌렀는지 적어두실 만합니다. 다음 자리에서 같은 것을 다시 지지 않으려면요.
홀가분함이라면 그 짐을 잘 내려놓은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름이 정확하면 다음 자리를 고르는 기준도 정확해집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가벼워진 것은 같습니다. 누르던 것이 있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