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 조카가 서랍에서 작은 기계를 꺼냈어요. 렛저라는 회사의 하드웨어 지갑인데, 이 회사가 열쇠 복구 서비스를 냈다가 크게 욕을 먹었다는데요.
강미연 열쇠 낱말을 잃어버려도 찾을 수 있게 열쇠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여러 회사에 맡겨 두는 서비스래요. 돈을 내고 쓰는 거라더라고요.
저는 거기서 물었어요. 앞서 하드웨어 지갑을 알아볼 때 열쇠가 기계 밖으로 절대 안 나간다고 했잖아요. 잃어버려도 찾게 해 준다면 좋은 거 아닌가요? 왜 반발이 난 건가요?
풀어서 들어 보니 사람들이 화난 건 서비스 자체보다 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는 거예요. 열쇠를 조각내서 밖으로 보낼 수 있다면, 기계가 원래 열쇠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뜻 아니냐는 거였대요.
신미혜 절대 안 열린다던 금고에 비상 열쇠 구멍이 있다고 뒤늦게 알려 준 거예요. 비상 열쇠를 안 쓰겠다고 해도 구멍이 있다는 것만으로 불안한 셈이죠.
그러니까 문제는 비상 열쇠가 아니라 구멍이 있었다는 거잖아요. 회사는 쓰는 사람이 동의해야만 그 기능이 켜진다고 했다는데요. 그 말을 믿느냐가 결국 회사를 믿느냐의 문제로 갔다고 들었어요.
여기서 제가 제일 오래 물었어요. 앞서 거래소에 두지 말고 지갑에 두라는 이유가 회사를 안 믿어도 되기 때문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지갑 기계도 결국 회사를 믿어야 하는 건가요?
강미연 영상에서도 그게 핵심이라고 했대요. 기계 안 프로그램을 회사가 고칠 수 있는 한 완전히 회사를 안 믿을 수는 없다더라고요. 그 뒤 회사가 프로그램 일부를 공개하겠다고 했다던데요.
어디까지 공개됐는지, 그걸로 충분한지는 제가 따져 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물음으로 남겨 둬요.
렛저 얘기에 예전 사고가 꼭 붙는다길래 그것도 물었어요.
강미연 몇 해 전에 회사에서 손님 이름이랑 주소가 새어 나가서, 그걸 보고 사기 연락이 엄청 갔대요. 코인이 털린 게 아니라 사람 정보가 털린 거라더라고요.
앞서 코인 지갑 복구를 알아볼 때 잃어버린 사람한테 먼저 말을 거는 사기가 있다고 했잖아요. 그 연락이 이 유출된 명단으로 갔다는 거예요. 기계가 단단해도 기계를 산 사람 명단은 따로 지켜야 하는 거고요.
정리하면 이래요. 렛저는 코인 열쇠를 인터넷에서 떼어 두는 하드웨어 지갑 회사예요. 열쇠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맡기는 복구 서비스를 내놓자, 열쇠가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뜻 아니냐는 반발이 컸다고 들었어요. 예전엔 손님 명단이 새어 나간 일도 있었고요.
안 나간다던 열쇠를 나눠 맡겨 준다는 말을 들으면 그 문이 원래 있었던 건지부터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고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넘어가요.
신미혜 금고가 단단해도 금고 산 사람 명단은 서랍에 따로 잠그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