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고전 소설 한 권을 반납하셨습니다. 처음엔 지루해서 세 번이나 덮었다고요. 그런데 네 번째에 끝까지 읽었고, 이제야 주인공이 좋아졌다고 하시더군요. 사랑에 빠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며 웃으셨습니다.
니체는 『즐거운 학문』의 한 글에 이런 제목을 붙였습니다. 사람은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음악을 예로 들어 설명하죠.
니체는 처음 듣는 음악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이렇게 그립니다.
먼저 그 선율을 알아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낯선 곡은 처음엔 그냥 소리로 들리죠. 그 곡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낯설고 이상해도 조금 더 들어 주는 겁니다. 그 곡에 익숙해지면 그 곡을 기다리게 된다. 다음에 그 소리가 나올 자리를 알게 되죠. 마침내 그 곡 없이는 지낼 수 없게 된다. 처음엔 낯설던 것을 사랑하게 되는 거죠.
앞서 음악 없는 삶은 오류 뜻을 적었는데, 음악을 그토록 사랑한 니체도 그 사랑을 배워서 얻었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니체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음악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그렇게 배운다고요. 낯선 것에 대한 인내와 너그러움이 결국 보답을 받는다고 하죠. 니체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그렇게 배운다고 말합니다.
앞서 첫인상으로 사람을 정하는 버릇과 어려운 책 끝까지 읽는 법을 다룬 글이 있는데, 처음의 낯섦을 견디는 시간이 결국 좋아하는 마음으로 자란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처음부터 사랑스러운 것은 드물다. 낯선 것 곁에 조금 더 머무는 자에게 그것은 천천히 얼굴을 보인다.
낯선 것을 한 번에 판단하지 마십시오. 세 번쯤은 다시 만나 보는 겁니다. 견디는 시간을 정하십시오. 책이라면 서른 쪽, 음악이라면 세 번쯤이요. 자기 자신에게도 그 시간을 주십시오. 니체 말대로, 저를 좋아하는 일도 배워야 하는 일이니까요. 앞서 나에게만 엄격한 성격을 적었는데, 그 엄격함을 풀어 가는 것도 이 배움입니다.
그 손님은 그 작가의 다른 책도 빌려 가셨습니다. 이번엔 첫 번째에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이제 이 사람 문장에 익숙해졌다고 하시더군요.
낯선 것은 늘 처음엔 멀게 느껴질 겁니다. 그래도 저는 그 곁에 조금 더 머물며, 좋아하는 마음을 배워 키우는 쪽을 고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