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손님들이 요즘 꽃게 얘기를 해. 가을이 꽃게철이래. 살이 꽉 찼다고. 뉴스에서도 꽃게 출하 소식이 나왔다더라.
한 손님은 주말에 바닷가 가서 꽃게찜을 먹고 왔대. 다른 손님은 꽃게탕을 끓였대. 다들 군침을 흘렸지.
꽃게 먹은 손님이 게 발라 먹는 법을 설명했어. 손짓으로. 다리를 이렇게 꺾고, 몸통을 이렇게 쪼개고.
근데 듣던 손님들이 다 따라 했어. 허공에서 게 다리를 꺾는 손짓을. 그러느라 객잔 탁자가 한동안 조용했어. 다들 집중해서. 그 모습이 너무 웃겼지.
그 얘기 들으면서 생각했어. 무협 세계엔 게가 귀해.
무협 바다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강은 나오는데 바다는 왜 안 나오냐고. 무협 무대는 대개 내륙이야. 산과 강과 도시. 바다는 해남파 같은 먼 데 얘기지. 그러니까 바다 게는 무협 사람들한텐 구경도 못 하는 음식이었을 거야.
강에서 잡는 게는 있었겠지. 근데 그것도 철 따라 잠깐이었을 거고.
무협에서 귀한 음식은 대개 연회에 나와. 무협 연회 얘기할 때 잔치 자리에서 사건이 터진다고 했잖아. 그 잔치 상에 멀리서 온 귀한 음식이 올라. 그게 그 집안 힘을 보여주는 거야.
그러니까 무협 연회에 게 요리가 올랐다면, 그 집안은 바다까지 손이 닿는 집안이었던 거지. 항주 같은 강남 부잣집 연회라면 있었을지도 몰라.
우리 객잔은 바다에서 멀어. 게를 들여올 수가 없어. 그래서 손님들 꽃게 얘기는 듣기만 해.
근데 그게 나쁘지 않았어. 먹지 않아도 얘기만으로 객잔이 즐거웠거든. 다들 허공에서 게 다리를 꺾으면서.
가을에 꼭 먹어야 하는 해산물 하나씩 있잖아. 네 건 뭔지 들려줘. 객잔엔 못 들여와도 얘기는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