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손님 하나가 주말에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감 따러 다녀왔대. 요즘 감 수확철이라 여기저기서 감 딴다는 얘기가 들려. 뉴스에서도 감 따기 체험 얘기가 나왔다더라.
장대로 감을 따는데, 할아버지가 꼭 하는 말씀이 있대. 꼭대기 몇 개는 남겨둬라.
그 남겨두는 감을 까치밥이라고 부른대. 겨울에 먹을 게 없는 새들 몫으로 남겨두는 거래.
손님 말로는 어릴 때 꼭대기 감을 따려다 할아버지한테 혼났대. 그래서 지금도 꼭대기 감은 손도 못 댄대. 다 커서도. 그 얘기 하면서 웃더라.
도토리 줍기 얘기를 전에 적었어. 다람쥐 몫을 남긴다는 얘기. 까치밥도 똑같아. 다 가져가지 않는 거지.
그 얘기 들으면서 무협이 떠올랐어. 무협 고수들도 다 가져가지 않는 장면이 있어.
약초꾼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뿌리를 남기고 어린 건 두고 온다고. 고수의 무덤에서도 욕심을 시험한다고 했잖아. 보물 앞에서 다 가져가려는 사람은 대개 함정에 빠져. 하나만 들고 나오는 사람이 살아.
그러니까 무협에서 남겨두는 건 경지야. 가질 수 있는데 안 가지는 것.
까치밥 얘기에서 좋았던 게 하나 더 있어. 손님 할아버지 말씀이래. 남겨두면 새가 와서 다음 해 벌레를 잡아준대.
진짜인지는 모르겠어. 근데 그 말이 좋았어. 남긴 게 다른 모양으로 돌아온다는 거. 은원 얘기할 때 은혜는 갚는 빚이라고 했는데, 까치밥은 새한테 미리 베푼 은혜 같은 거야.
그 얘기 듣고 객잔에서도 하나 정했어. 저녁 국을 다 팔지 않고 한두 그릇은 남겨두기.
늦게 오는 손님 몫이야. 객잔 국수 얘기할 때 면을 조금 남겨둔다고 했었지. 그게 객잔 까치밥이었던 거야. 이제 이름이 생겼어.
일부러 남겨두는 거 하나씩 있잖아. 네 건 뭔지 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