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아는 사람 둘이 싸운 얘기를 하는데, 자기는 아무 편도 아니라는 말을 두 번 하더라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그래. 나는 그게 좀 걸렸어.
단골 얘기로는 다들 그렇대. 어느 쪽에 서면 다른 쪽을 잃으니까 아예 빠진다는 거지.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남 싸움에 끼어드는 인물이 꼭 나와.
중재. 두 문파나 두 사람 사이가 틀어졌을 때 가운데 서는 거야. 대개 양쪽 다 아는 어른이 나서지. 무림맹이 나서기도 하고, 아무 상관 없는 명망 있는 인물이 나서기도 해.
중요한 건 이거야. 끼어드는 게 무례가 아니라 역할이었어.
여기가 핵심이야. 아무나 나서는 게 아니고, 나서면 지키는 게 있어.
세 번째가 값이야. 중재하는 놈은 공짜로 안 해. 자기 이름을 걸거든. 그래서 함부로 못 나서고, 나서면 무게가 있어.
두 번째 항목이 나는 제일 인상 깊었어. 누가 잘못했는지를 안 따져.
따지기 시작하면 진 쪽이 생기잖아. 그러면 그놈이 앙심을 품고 나중에 또 터져. 강호에선 그게 대를 이어서 가는 원한이 되고.
그래서 중재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만 정해. 서로 안 건드리기로 한다, 이 값은 이만큼으로 한다. 과거를 정리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정하는 거지.
무림 사죄 얘기를 전에 했잖아. 형식이 있으면 끝나는 지점이 분명해진다고. 중재도 같은 결이야.
여기가 아까 그 손님 얘기랑 이어져. 손님은 아무 편도 아니라는 걸 변명처럼 말했잖아.
그런데 무림에서는 그게 자격이야. 어느 쪽도 아닌 사람만 중재를 할 수 있거든. 한쪽하고만 가까우면 나설 수가 없어.
그러니까 편을 안 든다는 게 빠지는 이유가 아니라 나설 수 있는 이유인 거지. 나는 그게 좀 뒤집혀 있다고 봐.
한쪽으로 몰지는 않을게. 무협에서도 중재하다 양쪽한테 다 미움받는 인물이 나와.
값을 치르는 자리라고 했잖아. 잘못 나서면 둘 다 잃어. 그래서 나서지 않기로 하는 것도 판단이야. 그건 비겁한 게 아니고.
다만 안 나서기로 정한 거랑 어떻게 할지 몰라서 빠진 거는 달라. 앞엣것은 선택이고 뒤엣것은 미룬 거지.
객잔이 원래 그런 자리였어. 양쪽이 다 오는 데.
한쪽 편을 들면 다른 쪽이 안 오거든. 그래서 객잔 주인은 원래 편을 안 들어. 대신 둘 다 앉을 자리를 내주지. 그게 이 자리가 할 수 있는 중재야.
어느 쪽도 안 편들어도 돼. 여기서 그 얘기만 해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