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이런 장면이 있어. 누군가 비둘기를 꺼내서 다리에 작은 쪽지를 묶어. 그리고 하늘로 날려 보내.
며칠 뒤 멀리 떨어진 문파 마당에 그 비둘기가 내려앉아. 쪽지를 풀어보면 급한 소식이 적혀 있어.
이게 전서구야. 편지를 전하는 비둘기라는 뜻이지. 옛날에 실제로 비둘기로 소식을 전했다고 하더라.
무림엔 왜 편지가 없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전음이라는 반칙 때문이라고. 근데 전음은 거리에 한계가 있어.
멀리 떨어진 데로 소식을 보내려면 사람이 가야 해. 근데 사람은 느려. 봉화 신호 얘기할 때 연기는 바람이 들고 간다고 했는데, 연기는 간단한 뜻만 전해. 자세한 얘기는 못 해.
전서구는 그 사이를 채워. 멀리, 빨리, 자세하게. 쪽지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만큼.
전서구의 약점은 잡힐 수 있다는 거야.
하늘을 날아가니까 누가 활로 쏘거나 매를 풀면 잡혀. 그러면 쪽지가 적한테 넘어가. 밀서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편지 한 통이 강호를 뒤집는다고. 전서구가 잡히는 장면은 그 밀서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이야.
그래서 무협에선 전서구 쪽지를 암호로 써. 잡혀도 못 읽게.
무협 전서구 이야기엔 반전도 있어. 적이 비둘기를 잡아서 쪽지를 바꿔 다시 날려 보내.
받는 쪽은 진짜 소식인 줄 알고 움직여. 그러다 함정에 빠지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는 표시가 중요해지는 이유야. 신표 얘기할 때 증명하는 물건이 있다고 했었지. 쪽지에도 그런 표시가 숨어 있어.
객잔 처마에 가끔 비둘기가 앉아. 그날도 한 마리가 앉아 있었는데, 손님 하나가 그러더라. 다리에 쪽지 없나 보자고.
다들 한참 올려다봤어. 비둘기 다리엔 아무것도 없었지. 비둘기는 우리를 한 번 내려다보더니 날아갔어. 다들 웃었어.
비둘기 한 마리가 판을 바꾼 장면 기억나면 들려줘. 객잔 처마 비둘기는 오늘도 빈 다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