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가 이런 장면을 봤어. 주인공이 길을 가는데 길가에 점 보는 노인이 앉아 있어. 그 노인이 주인공을 붙잡고 한 마디 해.
"물을 조심하게. 그리고 붉은 옷을 믿지 말게."
주인공은 무슨 소린지 몰라서 그냥 지나가. 근데 그 말이 나중에 다 맞아떨어져.
무협에서 점술가는 걸어 다니는 복선이야.
복선 얘기를 전에 적었어. 뒤에서 보면 앞에 다 있어야 한다고. 점술가는 그 복선을 대놓고 깔아주는 사람이지. 작가가 독자한테 미리 귀띔하는 거야. 근데 정확히는 안 알려줘.
그래서 점술가 말은 늘 애매해. 물을 조심하라는데 그게 강인지 술인지 비인지 몰라. 다 읽고 나서야 아, 그거였구나 해.
점술가가 길게 설명하면 이야기가 죽어. 다 알면 긴장이 없잖아.
그래서 딱 한 마디만 해. 그것도 수수께끼처럼. 독자가 그 한 마디를 쥐고 계속 읽게 만드는 거야. 언제 맞아떨어질까 하면서.
그리고 점술가는 대개 다시 안 나와. 한 마디 던지고 사라져. 그래서 더 신비로워.
객잔 앞에 노점 펴는 사람이 생겼다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그중에 한동안 점 보는 노인이 있었어.
손님 하나가 재미로 봤는데, 노인이 그러더래. "가까운 데서 찾게." 그게 다였어.
그 손님이 객잔에 와서 얘기했더니 다들 해석이 달랐어. 집 근처라는 사람, 가까운 사람이라는 사람, 자기 안이라는 사람. 한 마디로 탁자 하나가 한참 떠들었어. 무협 점술가가 하는 일이 그거야.
나는 점을 믿는지 잘 모르겠어. 근데 무협 점술가는 좋아. 앞일을 맞혀서가 아니라 이야기를 붙잡아줘서.
점술가 한 마디가 나중에 맞아떨어진 장면 있으면 들려줘. 그런 복선은 다시 읽을 때 더 좋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