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한테 점소이 이름이 나오는 작품 있냐고 물었어. 하나도 못 대더라고.
당연해. 대개 이름이 없거든. 그냥 점소이야. 그런데 이 자리가 무협에서 하는 일이 꽤 커.
점소이는 객잔에서 상을 나르고 주문을 받는 사람이야. 지금으로 치면 홀에서 일하는 셈이지.
무협에서 이 인물이 나오는 자리는 대개 정해져 있어.
여기까지 보면 그냥 배경이야. 그런데 세 번째부터가 중요해. 누가 어느 방에 묵는지를 아는 놈이거든.
객잔이 정보가 오가는 자리라고 내가 전에 말했잖아. 그러면 그 안에서 제일 많이 듣는 놈이 누구겠어.
주인은 카운터에 있어서 멀어. 손님들은 자기 상만 봐. 점소이는 모든 상을 다 돌아. 물을 채우고 그릇을 치우면서 스무 개 상의 얘기를 조각조각 다 들어.
그러니까 정보량으로 치면 객잔에서 제일 많이 아는 놈이야. 개방이 정보를 다 쥔 것도 같은 원리지.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자리에 있으면 다 들려.
무협에서 이걸 어떻게 써먹냐면 두 갈래야.
하나는 정보통이야. 주인공이 은자 몇 푼 쥐여주면 이 동네에 누가 왔는지를 알려줘. 하오문이랑 결이 비슷해. 값을 치르면 알려주는 자리지.
하나는 반전이야. 사실은 고수였거나 첩자였거나. 이건 좀 흔한 수법이라 이제는 다들 의심하지만, 처음 나왔을 때는 잘 먹혔어. 아무도 안 보는 자리라서 숨기에 제일 좋거든.
나는 이 인물이 무협에서 중요하다고 봐. 이유가 있어.
무협은 센 놈들 얘기잖아. 그런데 강호엔 왜 보통 사람이 안 보이냐는 얘기가 나올 만큼 일반인이 잘 안 나와. 점소이는 몇 안 되는 보통 사람 자리야.
이 인물이 없으면 객잔이 안 굴러가. 주인공이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무공 하나 없는 놈이 이야기를 굴리는 축이 되는 거지. 무림인은 뭘로 먹고사나 얘기를 했는데, 강호를 실제로 돌리는 건 이런 자리야.
여기서 갈려. 작품 수준이 여기서 좀 드러나.
대충 쓰면 끝까지 점소이로만 나와. 잘 쓴 작품은 어느 순간 이름이 나와. 주인공이 그놈 이름을 부르는 대목이 생기지.
그러면 그때부터 그 객잔이 진짜 장소가 돼. 이름이 붙는 순간 배경이 사람이 되는 거야. 명검에 이름을 붙이면 인물이 된다고 했잖아. 사람은 더하지.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져서 객잔이나 하고 있잖아. 그래서 이 인물 얘기가 남 일 같지가 않아.
무공도 없고 문파도 없고 이름도 잘 안 불리는 자리. 그런데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이 동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그거 하나는 자신 있어.
배경처럼 지나간 인물 있으면 말해봐. 그놈부터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