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터 장면에 이런 무리가 나와. 북을 치고, 줄을 타고, 칼을 공중에 던졌다 받아. 구경꾼들이 몰려들고 동전을 던져.
떠돌이 재주꾼 무리야. 무협에선 이런 무리를 잡기패라고 부르기도 해.
근데 이 사람들이 그냥 재주꾼이 아닐 때가 많아.
생각해봐. 줄 위를 걷는 건 경공이랑 닮았어. 칼을 던졌다 받는 건 암기랑 닮았고. 몸을 비틀고 접는 건 보법이랑 닮았지.
그러니까 재주꾼은 무공을 재주로 보여주는 사람이야. 겉으로는 구경거리인데, 그 몸놀림이 고수 수준이야. 무협 작가들은 그걸 놓치지 않아.
그래서 무협에서 재주꾼 무리가 나오면 독자는 기대해. 저 중에 누가 진짜일까.
재주꾼 무리는 떠돌아. 이 장터 저 장터, 이 고을 저 고을.
그러니까 소문을 다 들어. 어느 문파가 시끄럽고, 어느 세가가 뭘 숨기고 있는지. 하오문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개방 말고 정보 쥔 데가 하나 더 있다고. 재주꾼 무리는 그 하오문이랑 이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탁발승 얘기할 때 많이 걸어서 강호 사정을 잘 안다고 했잖아. 재주꾼도 똑같아. 걸어 다니는 사람이 제일 많이 알아.
그리고 재주꾼 무리는 숨기 좋은 자리야.
쫓기는 사람이 재주꾼 무리에 섞이면 아무도 몰라. 분장하고, 다른 이름 쓰고, 다른 고을로 같이 떠나. 죽립 얘기할 때 얼굴을 가리는 데 쓰인다고 했는데, 재주꾼 무리는 사람 자체를 가려주는 무리야.
장날에 객잔 앞에서 공 돌리는 재주를 보여주던 사람이 있었어. 공을 셋, 넷, 다섯 개까지 돌리더라. 한 번도 안 떨어뜨렸어.
손님들이 동전을 던졌지. 그 사람은 동전만 받고 바로 떠났어. 국 한 그릇 안 먹고. 손님들이 그러더라. 저 사람 혹시 무협 고수 아니냐고. 다들 웃었는데, 나는 좀 진지하게 생각했어.
떠돌이 재주꾼이 활약하는 장면 알면 들려줘. 장터 냄새 나는 이야기가 좋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