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이런 장면이 있어. 주인공이 앉아서 한참 기운을 돌리다가 임독양맥이 뚫렸다고 해. 옆에 있던 사부가 감격하고, 주인공은 딴사람이 돼.
나는 처음에 이게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몰랐어. 두 줄이 뚫렸다는데 어디가 뚫린 건지, 왜 그게 경사인지.
알고 보니 이게 무협 몸 공부의 큰 문턱이더라고.
몸 한가운데로 세로줄 두 개가 지나간다고 생각해봐. 배 쪽 한가운데를 타고 내려가는 게 임맥, 등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게 독맥이야.
이건 내가 지어낸 게 아니라 옛날 경락 이론에서 온 이름이야. 무협은 거기서 이름을 빌려와서 세계관을 짰지.
나는 이걸 단골 덕에 알았어. 등줄기에 손가락으로 쭉 선을 그어주면서 여기가 독맥이라고 하더라. 그 손가락 하나가 책 세 권보다 낫더라고.
무협에서 내공은 몸 안을 도는 기운이잖아. 근데 보통 사람은 이 두 줄이 끊겨 있다고 해. 기운이 돌다가 막히는 거야.
임맥과 독맥이 이어지면 기운이 앞으로 내려가서 뒤로 올라오는 한 바퀴가 생겨. 이걸 소주천이라고 부르는 글이 많아.
한 바퀴가 돌면 뭐가 좋냐면, 기운이 새지 않고 쌓여. 그러니까 임독양맥은 내공 통장을 처음 트는 일이라고 보면 돼. 그 전까지는 벌어도 줄줄 새는 거지.
뚫는 게 쉬우면 경사일 리가 없잖아. 무협에선 이게 몇 해를 앉아 있어도 안 되는 일로 나와.
그래서 기연이 끼어들어. 영약을 삼키거나, 고수가 등 뒤에서 기운을 밀어 넣어주거나. 이야기가 주인공을 한 단계 올려줄 때 제일 자주 쓰는 문이 여기야.
반대로 억지로 뚫다가 틀어지면 주화입마 쪽으로 가. 같은 길인데 잘 가면 문턱이고 삐끗하면 낭떠러지인 거지.
비슷하게 나오는 말로 생사현관이 있어. 이것도 뚫는다고 하거든.
글마다 다르게 쓰긴 하는데, 대개 임독양맥보다 한참 위의 문턱으로 나와. 두 줄을 이은 다음에 넘는 더 큰 벽이라고 보면 돼.
나도 처음엔 둘이 같은 건 줄 알았어. 아니야.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거지 자리는 달라.
몸 안에 길이 몇 개 있는지 세다가 막히면, 객잔에 와. 나도 손가락으로 그려가며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