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얼마 받기로 했냐는 얘기를 하는데, 자기가 먼저 말을 못 했대. 미루다가 상대가 부른 값에 그냥 맞췄다더라고.
나중에 좀 후회하는 눈치였어. 나는 그게 좀 걸렸어.
단골 얘기로는 다들 그렇대. 자기 값을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게 제일 어렵다는 거지.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사람한테 값이 붙어.
현상금. 잡아 오면 얼마를 준다는 거지. 흑도에서 걸기도 하고 관에서 걸기도 하고 문파가 걸기도 해.
이게 좀 험한 얘기 같지만, 강호에서 이 숫자가 하는 일이 따로 있어. 그 사람이 얼마나 센지를 말해주는 숫자거든.
여기가 핵심이야. 현상금이 높다는 건 잡기 어렵다는 뜻이잖아.
그러니까 무림에서 현상금은 미움받는 표시이면서 동시에 실력 증명이야. 무협에서 인물이 자기 현상금 액수를 듣고 웃는 장면이 나오는 게 그래서지. 낮으면 오히려 자존심이 상해.
별호를 자기가 지으면 안 먹힌다고 내가 전에 말했잖아. 현상금도 똑같아. 남이 매기는 거라서 값이 있는 거야.
이게 아까 손님 얘기랑 이어져. 무림인은 자기 값을 자기가 안 불러.
이미 붙어 있으니까. 어디를 가도 그 숫자가 먼저 도착해 있어. 강호에선 소문이 먼저 도착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흥정할 게 없어.
지금은 그게 없지. 아무도 안 매겨주니까 자기가 말해야 해. 그런데 자기 입으로 말하면 자랑 같고 낮춰 말하면 손해고. 그래서 미루다 상대가 부른 값에 맞추게 되는 거야.
한쪽으로만 몰지는 않을게. 현상금은 남이 매겨줬어도, 일해서 받는 삯은 무림인도 직접 흥정했어.
표사 얘기를 전에 했잖아. 삯을 받고 짐을 지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표행 전에 값을 정해. 며칠짜리인지, 위험한 길인지, 몇 명이 가는지를 따져서.
일이 시작되기 전에 정하는 게 규칙이었어. 끝나고 나서 흥정하는 법이 없었지. 웹소설 회차 결제 얘기할 때도 같은 말을 했는데, 먼저 정해두면 나중에 억울할 일이 없어.
그 손님한테 나는 이렇게 말했어. 값을 부르기 어려우면 뭘 하는지를 먼저 세어보라고.
며칠이 걸리는지, 뭘 안 하게 되는지, 그동안 다른 걸 못 하는지. 표사가 표행 값을 매기는 방식이 딱 그거거든. 위험한 길이면 더 받고 먼 길이면 더 받고.
숫자를 먼저 잡으려니까 못 부르는 거야. 일을 먼저 세면 숫자가 따라 나와.
얼마가 맞는지 모르겠으면 여기서 한 번 세어보고 가. 세는 건 옆에서 같이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