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이런 장면이 있어. 주인공이 숲속을 걷다가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해. 들어가서 쉬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낭떠러지 끝에 서 있어.
정원은 처음부터 없었어. 누군가 보여준 거야. 이게 환술이야. 눈을 속이는 술법이지.
진법이 대체 뭐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약한 놈이 이기는 방법이라고. 진법은 길을 꼬는 거야. 돌이나 나무 배치로 방향 감각을 흐려.
환술은 보이는 걸 바꾸는 거야. 길은 그대로인데 눈에 다른 게 보여. 그러니까 진법은 땅을 바꾸고 환술은 머릿속을 바꿔. 섭혼술 얘기할 때 정신을 노리는 무공이라고 했는데, 환술은 그 중에서도 눈을 통로로 쓰는 쪽이야.
무협 환술이 무서운 건 보고 싶은 걸 보여준다는 거야.
죽은 가족, 잃어버린 사람, 꿈꾸던 장면. 그걸 보면 사람이 멈춰. 알면서도 못 벗어나. 그래서 무협에서 환술에 걸린 장면은 대개 슬퍼. 싸움이 아니라 자기 마음이랑 싸우는 장면이니까.
환술을 깨는 방법도 대개 마음이야.
이게 가짜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 깨져. 근데 그게 쉽지 않아. 보고 싶은 걸 스스로 놓아야 하니까. 섭혼술에서 깨어나는 장면이 그 인물이 뭘 붙잡고 사는지 보여준다고 했잖아. 환술은 반대로 뭘 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줘.
객잔에서 저녁에 화로 불빛이 벽에 그림자를 만들었어. 마침 문 옆 옷걸이에 걸린 외투 그림자가 사람처럼 보였지.
손님 하나가 그걸 보고 문 앞에 누가 서 있는 줄 알았대. 들어오라고 한참 말을 걸었어. 대답이 없으니까 다가갔다가 웃음이 터졌지. 그 손님이 그러더라. 환술에 걸렸다고. 화로가 환술사였어.
무협에서 환술에 같이 속았던 장면 있으면 들려줘. 작가가 독자까지 속인 장면이면 더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