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한테 어떤 설정을 한참 설명했어. 내가 잘 아는 대목이라 신나서 길게 말했지.
그러니까 손님이 한 줄로 정리해줬어. 내 설명보다 정확했어. 나는 그 자리에서 좀 멍했지.
객잔을 하면서 내 역할을 이렇게 잡아놨어. 신참 옆에서 알려주는 놈.
강호 불문율 얘기할 때도 그랬고 후기지수 얘기할 때도 그랬어. 무협에서 신참 옆에 알려주는 인물이 하나 붙어야 그 신참이 안 죽는다고. 그 자리가 내 자리인 줄 알았지.
그런데 그 손님이 그날 그 생각을 좀 흔들었어.
뭐가 문제였냐면 이거야. 나는 길게 말하면 잘 설명한 거라고 여겼거든.
그런데 그 손님이 한 줄로 말했을 때 훨씬 잘 들리잖아. 내가 길게 말한 건 내가 정리를 못 했다는 뜻이었어. 아는 게 많아서 길어진 게 아니고.
무공 구결 얘기를 전에 했잖아. 압축해놓은 거라 그 줄 사이에 빠진 게 있다고. 나는 그때 요약이 위험하다는 쪽으로만 썼어. 그런데 제대로 압축하는 건 그 자체로 실력이더라.
장경각 얘기를 쓸 때 나는 그 노인이 하는 일을 한 권 꺼내주는 것이라고 적었어.
그건 맞았는데 한 겹을 놓친 거지. 한 권을 꺼내주려면 수백 권을 줄일 줄 알아야 해. 그게 어려운 일이야. 나는 꺼내주는 동작만 보고 줄이는 실력은 안 본 거야.
그 손님이 한 줄로 말해준 게 그 실력이었던 거지.
설명할 때 먼저 짧게 한 줄로 해보려고 하지. 그러고 나서 물으면 더 말하고.
잘 안 되더라고. 입이 먼저 길어지네. 그래도 한 줄이 안 나오면 내가 모르는 거라고 치기로 했어. 그게 기준으로는 쓸 만하더라고.
기수식 얘기를 전에 했잖아. 첫 동작만 정하면 된다고. 설명도 비슷해. 첫 한 줄만 정해두면 나머지는 물어볼 때 붙이면 되고.
객잔 주인이 제일 빠지기 쉬운 함정이 이거인 것 같아. 매일 듣는 자리에 있으면 내가 제일 많이 안다고 착각하게 돼.
점소이 얘기를 쓸 때 객잔에서 제일 많이 아는 놈이 점소이라고 적었어. 상을 다 도니까 스무 개 상의 얘기를 다 듣는다고. 그런데 많이 듣는 거랑 잘 아는 건 다른 일이더라고.
내가 틀린 거 있으면 말해줘. 그게 제일 도움이 돼. 그 손님이 그날 해준 게 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