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글자책과 짧은 시집만 골라 바구니에 담으시는 손님이 계셨습니다. 병원에서 책 수레 봉사를 하신다고요. 누워서 읽기 좋은 책이 따로 있다며, 고르는 손이 익숙하시더군요.
그 손님 말로는 일부 병원에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작은 도서실이 있고, 걸어서 오기 힘든 분들을 위해 책 수레를 끌고 병실을 도는 봉사가 있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해진 날에 수레를 밀고 입원실을 돈다고요.
뉴스에서도 병원 도서실이나 이동 책 수레 이야기가 가끔 나오죠. 운영 방식은 병원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손님이 들려준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짧은 책이 많이 나갑니다. 오래 집중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아서, 몇 쪽이면 끝나는 글이 좋다고요. 큰글자책이 인기입니다. 누워서 보거나 안경을 챙기지 못한 분들이 찾는다고 하셨죠. 앞서 큰글자책이 늘어나는 이유를 적었는데, 병실에서 그 쓰임이 더 크더군요. 보호자들도 빌려 갑니다. 곁을 지키는 시간이 길어서 오히려 보호자들이 더 많이 읽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림책을 찾는 어른도 있습니다. 앞서 어른이 그림책을 읽는 이유를 적었는데, 병실에서는 더 그렇다고요.
그 손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책을 빌려주러 가는 건데, 사실은 말을 건네러 가는 것 같다고요. 수레 앞에서 무슨 책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는 몇 분이, 하루 종일 누워 있는 분들에게는 반가운 시간이라고 하시더군요.
앞서 도서관에 못 가는 사람이 책 받는 길을 적었는데, 책 수레는 그 길을 가장 가까이까지 낸 모습이었습니다.
문밖에 나설 수 없는 자에게는 문이 찾아가면 된다. 책 한 권을 실은 수레도 서가의 한 칸이다.
도서관은 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곳이죠. 그런데 올 수 없는 사람도 있죠. 책 수레 이야기를 들으며, 서가가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앞서 이동도서관 이용하는 법을 적었는데, 수레는 그보다 더 작고 더 가까운 이동도서관이더군요.
그 손님은 바구니를 다 채우고 나서 한 권을 더 넣으셨습니다. 지난주에 한 분이 시를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그분 드리려고요. 이름은 모르지만 그 병실 창가 자리는 기억한다고 하시더군요.
서가는 벽에만 붙어 있지 않죠. 저는 그 수레에 실려 갈 책들을 고르는 일을 도우며, 이 서가가 닿을 수 있는 거리를 조금씩 넓혀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