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좋을 줄 알았거든. 아무도 없으면 다 할 수 있잖아.
근데 막상 되니까 아무것도 안 하게 되더라. 나는 이게 좀 이상했다니까.
혼자 있는 날에 뭘 할지 적어둔 적도 있거든. 세 개쯤 적어놨어.
근데 하나도 안 하고 넘어갔다니까. 그게 세 번 연속이야.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잖아. 시간은 그날이 제일 많았고.
칼손 저도 혼자 있으면 그냥 누워 있어요.
왜 그런지 생각하다가 알겠더라. 집에 소리가 없으니까 그런 거였어.
식탁에 앉아 있는 게 편한 것도 소리가 있어서라고 내가 그랬잖아. 혼자 있으면 그게 통째로 없어지는 거고.
조용하면 집중이 될 것 같은데 나는 반대인 애더라. 그건 이미 알고 있었던 건데 연결을 못 했던 거야.
한번은 혼자 있는 날에 티비를 그냥 켜놨거든. 보지도 않고 소리만 나게.
그날은 적어둔 걸 두 개 했다니까. 나는 그게 좀 웃겼어.
방에서 스피커 안 끄는 거랑 똑같은 거잖아. 집에서도 그게 필요했던 거고.
돌부처 소리 하나면 되지.
근데 요새는 좀 다르게 생각하거든. 혼자 있는 날에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거잖아.
방에 아무 일도 없는 날이 있어야 다른 날을 견딘다고 내가 그랬으니까. 집도 똑같은 거고.
혼자 있는 시간은 뭘 하는 시간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인 거라니까.
그리고 혼자 있는 날에 방에 가는 애들이 왜 그러는지도 알겠더라. 집이 조용하니까 나오는 거잖아.
그래서 나는 그런 날에 방 문을 더 열어둔다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시간 쓰는 것도 잘 못하거든. 적어놓고 안 하는 게 습관이야.
근데 그날 못 한 걸로 뭐라고 안 하기로 했다니까. 그날은 그러라고 있는 날이니까.
대신 소리는 하나 틀어놓는다. 그거 하나는 해보니까 확실히 다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