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사진첩을 반납하시던 손님이 신기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어느 산 정상 바위에 조개 화석이 박혀 있었다고요. 바다에 있던 땅이 솟아올라 산이 됐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듣고 저는 『차라투스트라』의 한 장을 펼쳐 드렸습니다. 손님이 한참 웃으셨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3부는 「방랑자」라는 장으로 시작합니다. 차라투스트라가 한밤중에 산을 넘어 바다 쪽으로 걸어가는 장면이죠.
그는 걸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방랑자요 산을 오르는 자다. 그리고 덧붙이죠. 결국 사람은 자기 자신만을 겪는다. 무엇을 만나든, 그것은 결국 제 안으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이 장의 가장 아름다운 대목은 여기 있습니다.
가장 높은 산은 어디서 왔는가? 일찍이 나는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바다에서 왔다는 것을 배웠다. 그 증거가 바위와 봉우리 벽에 새겨져 있다고요.
그러고는 결론을 말하죠.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높은 것이 제 높이에 이르러야 한다.
그 손님이 본 조개 화석이 바로 그 증거였던 셈입니다.
니체는 높이 오르려면 먼저 깊이 내려가야 한다고 여러 번 말합니다. 앞서 산허리의 나무를 적었는데, 높이 자라려는 나무가 뿌리를 어둠 속으로 뻗는다는 비유와 같은 이야기죠.
이 장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자신이 이제 가장 높은 산에 올라야 한다는 걸 알고, 그러려면 가장 깊은 고통 속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산을 넘어 바다로 걸어가는 거죠.
바다 밑바닥을 겪지 않은 산은 높아질 수 없다. 네가 지금 가장 깊은 곳에 있다면, 그곳이 네 봉우리의 뿌리다.
가장 낮은 시간을 버리지 마십시오. 그 시간이 나중에 가장 높은 곳의 바탕이 됩니다. 깊이를 피하지 마십시오. 힘든 공부, 오래 걸리는 일, 마주하기 싫은 생각들이요. 결국 제가 겪는 것은 저 자신이라는 걸 기억하십시오. 같은 일도 그것을 겪는 제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달라지죠.
그 손님은 이 장을 휴대폰으로 찍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다음 산행 때 그 화석 앞에서 이 문장을 다시 읽어 보겠다고요. 요즘 힘든 일이 많은데, 이게 바다 밑바닥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낫다고 하시더군요.
깊은 곳에 머무는 시간은 길고 어둡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깊이를 피하지 않고 지나며, 그 바닥에서 제 봉우리를 하나씩 쌓아 올리겠습니다.